남편이 제일먼저 한 일은 작업 할 장소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회사에서 50%로 일을 하고있는지라 정식으로 개인 일을 시작할 수는 없지만, 작업실에서 찬찬히 준비를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인터넷으로 공고을 보고, 한 일이주 자전거로 여기저기 다녀보더니 맘에 드는 곳이 있다며 저에게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처음 저의 반응은 ‘으응... 그래, 좋네’ 였구요. 붉은색 테라코타 바닥과 하얀색 벽을 가진 오래된 건물 땅층에 자리한 사무실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쉐어오피스라 합니다.

주인과 얘기를 해 봤는데, 자기와 생각이 비슷하다고 좋아합니다. 모두가 똑같은 책상과 의자를 가진 쉐어오피스가 아니라 들어오는 사람의 취향이 모여 완성되는 작업실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그 취향 중 하나가 남편의 것이 되는거구요. 총 다섯개의 책상 중 하나를 임대하는건데, 훗 날 자기가 그 다섯개의 책상 모두를 쓰는 (큰) 사무실이 되는 꿈도 얘기합니다. 부엌 겸 식당방은 거실처럼 안락하게 꾸밀 계획이라고도 합니다.

남편은 달떠있습니다. 이렇게 맘에드는 장소가 흔히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매일 올 수 있는 개인 작업실이 있으면 독립 건축가가 되는 준비도 차근차근 할 수 있을 거라구요. 그 부분은 동의하지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좀 앞선건 아닌가 하는 염려도 듭니다. 하지만 첫 시작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결재(!)를 내렸습니다.

남편은 이제 개인 작업실이 생겼습니다!

작업실은 아이의 어린이집과 제 회사 중간에 위치합니다. 주거지역이지만 교차로에 있어 왕래가 제법 있는 길가입니다. 건너편엔 다른 건축사무소와, 광고회사도 이미 자리하고 있구요. 매력적인건, 남편 책상 바로 옆에 방 높이만한 큰 창이 있다는겁니다. 책상에 앉으면 대각선으로 가을이 폴폴 느껴지는 나무들 뒤로 교회 지붕이 살짝 보여요.

아직 책상도 의자도 없는 사무실입니다만, 누가 만들어 놓은 곳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간다는게, 어찌보면 지극히 건축가스러운(!) 방법인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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