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네살의 시작이다. 아침이면 일어나기 싫다고 징징, 옷 안 갈아입겠다고, 양치질은 책 보면서 한다고 징징... 지금처럼 점심 먹기 전에 유치원 하원 해 집에 오는 날이면, 낮잠을 자지 않겠다고 또 한바탕 징징, 저녁잠도 자지 않겠다고 징징... 총체적 난국이다.

그래서 점심을 먹다가 충동적으로 오늘은 낮잠을 자지 말자고 했다. 주말에 엄마아빠와 놀다보면 가끔 낮잠을 패스하곤 했으니, 슬슬 뗄 때도 됐다는 생각에서다. 자기 싫어하는 애를 낮잠 재우려니 나도 힘들고, 한 번 낮잠들면 두 시간은 기본이라 저녁잠 재우는 것도 여간 힘든게 아니다. 낮잠을 자지 않고도 낮에 잘 버텨준다면, 낮에 기운 빼지 않고 저녁에도 금방 잠들거라는 큰 그림이었다.

역시나 낮잠을 안 자고도 낮에 떼를 많이 쓰지 않았다. 대신 컨디션이 안 좋은 엄마만 좀 자고, 아이는 홈오피스 중인 남편이 대신 맡았다. 노는데 ‘좀 졸리네’ 한 마디 했단다. 저녁먹고 샤워하고 책 좀 읽다보니 일곱시 반. 졸려하는게 눈에 보였는데, 그래도 한 권 더 읽어달란다. 마지막 책 내용을 듬성듬성 읽어주고는 침대로 데려왔다. 많이 졸린지 침대에 제대로 눕지도 않고 칭얼댄다. 내복바지 벗고, 기저귀 차고, 쪽쪽이 물고, 거의 바로 딥슬립. 오예!

지난달 까지 가던 키타에는 12시 반 부터 낮잠시간이었다. 이번달부터 가는 킨더가르텐에는 낮잠시간 대신 쉬는시간이 있단다. 만 세 살 이상의 어린이들만 있으니 낮잠은 대부분 뗐지만, 오후에도 풀 파워로 놀기 위해 1시부터 모든 아이들이 30분 동안 어두운 방에서 누워있는단다. 그 동안 잠이들면 일어날 때 까지 따로 깨우지는 않는다고.

낮잠이나 밤잠이나 사실 상관은 없다. 중요한건 아이의 충분한 수면시간. 그리고 충분한 양육자의 쉬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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