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금수저 : 부모님이 적극 육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나는 육아 흙수저다. 금수저를 너무 갖고싶은 육아 흙수저. 지난 한 주는 독일 학교들의 방학이었다. 그런데 회사에 워킹맘으로 60%만 일을 하는 동료가 도통 퇴근할 생각을 안한다. 이야길 들어보니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네 갔단다. 목요일에 돌아와서 그 전엔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었던거다. 그는 육아 금수저다.

독일은 아이 보육원 적응기간이 길다. 최소 2주에서 길게는 6주. (어떤 커리큘럼은 3일에 끝나기도 한다는데, 보거나 들은적은 없다.) 딸 아이는 적응을 곧잘 하는 편이라 이번 유치원 적응기간을 2주로 기대했었다. 나 4일, 남편 6일 적응기간을 같이 하는걸로 극적타결 했었는데, 중간에 선생님이 아파서 못 가는 날이 있고 하더니 3주가 지났는데도 아직 온전히 끝나지는 않았다.

적응기간동안 독일 부모들은 출근을 어떻게 해결하나 검색 해 봤더니,
1. 자기 휴가를 사용하거나,
2. 부모님 찬스를 쓴단다.

자기 휴가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곧 여름 휴가 대신 적응기간을 보낸다는 뜻 일거다. 중간에 이사를 가거나 큰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초등학교 가기 전 까지 2-3년은 이 보육시설에 다닐테니, 2-3년을 위한 투자 쯤으로 생각하는 듯.

부모님 찬스를 쓴다는 댓글도 종종 있었는데, 이번에 아이 적응기간을 같이 보낸 아이 여덟의 보호자 중에 조부모는 없었다.

육아 금수저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 금수저 가능성이 있던 곳에서 지 발로 걸어나와 흙수저를 자처한 나로서는, 짐작만 가능한 그 고충 대신 이 곳의 장점을 선택한거니까 할 말은 없지만 부러운건 부러운거다.

아픈 목 큼큼거리며 책 안 읽어줘도 되고, 밤에 잠좀 안 깨고 푹 잘 수도 있고, 집안 돌아다니면서 안 치우고 그냥 침대에서 나오지 않을 수도 있을테니. 진짜 아플 때 만이라도, 단 하루 밤 만이라도 육아 금수저 잠깐 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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