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가 한 달에서 두 달로 넘어갈 무렵. 커피를 끊었습니다. 한번에 확 빼는 다이어트가 효율적이라는 이론에 대입해, 어느날 그냥 커피를 끊었습니다. 아침 출근시간 후, 점심 후 내려 마시던 커피는 디카페인 커피로 대체했습니다.
사흘은 정말 비몽사몽이었습니다. 첫 날은 남아있는 카페인 탓인지 그럭저럭 흘러갔는데 이틀째 되는 날, 점심을 먹자마자 식탁에서 졸기 시작합니다. 남편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침대에 쓰러져서는 내리 두 시간 낮잠을 잤습니다. 셋째날인 그 다음날은 오전에 한시간 반 낮잠을 잤습니다. 보통은 여섯시에 아이와 같이 일어나도 하루를 곧잘 지냈는데, 그 날은 여덟시에 남편과 육아 교대를 하고 꿀잠을 잔거죠. 재택근무 할 때 커피를 끊어서 참 다행입니다.
그렇게 사흘을 보내고 나니 마치 카페인 디톡스를 한 기분입니다. 그 전엔 깨어있어도 집중이 잘 안 된다고 느낄 때가 왕왕 있었는데, 이제는 나의 순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느낌입니다. 잠이 늘어서 내 절대적인 시간은 줄었지만, 시간을 아껴 사용하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말은 아닙니다. 잉여의 기분을 충분히 느끼며 시간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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