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관계. 요새 딸의 화두다. 아닌가 나의 화두인가.
‘오늘 말로가 나랑 안 놀아줘서 슬펐어.’
‘리니가 나는 자기 친구 아니라고 해서 화났어.’ 등의 말로 오늘 유치원에 대한 평을 한다. 혹은 나에게 그 말이 딸의 기분의 모두인 것 처럼 마음에 돌이 되어 얹힌다.

독일 엄마 커뮤니티에도 어제 같은 재질의 글이 올라왔다. 다섯살 된 여자아이인데, 친구에게 너랑은 이제 안 논다는 말을 듣고와 너무 속상해 한다고. 근데 그 앞에서는 웃으면서 운다고.

독일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생긴 나의 모난 마음들이 딸에게 투사된다. 딸의 마음이 나의 마음이 된다. 여기가 내가 나고 자란 나라라면, 그래서 나도 좀 밝은 머리색과 피부색을 가진다면, 이런 작은 소외는 좀 쿨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

아이들이 그런때가 있다고, 그러다 다음날이면 또 같이 어울려 논다고. 그러다 베프가 바뀌기도 하고 한다고. 선배 엄마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한결같이 그렇게 이야기 하고, 리니도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해 속상해한다고 얘기도 듣고, 심지어 말로도 우리 딸이 오늘 자기랑 안 놀아줬다고 하고.

커뮤니티에 댓글로 여러 대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 의연하게 대처하기 : 부모가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아야 아이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 엄마도 친구 사귀는건 어렵다고 이야기해주기
* 그 친구들은 우리 딸이랑 못 놀아서 아쉽겠네! 하고 역으로 생각해보기. 이 얘기한 아빠, 자존감 최고!
* 나의 나빠진 기분을 바로 표현하기

그리고 생각지 못했던 다른 문제들도 떠올랐다.
* 친하게 지내는 베프가 없다는게 문제가 될 수도 있구나 : 그 반에 베프를 만들지 못해 반을 바꾸는걸 제안했다는 유치원 선생님 이야기가 있었다.

한국이라면 문제도 안된다. 유치원에서는 모두가 친구고, 생일파티에도 반 친구 모두를 초대하니까. 그런데 여기는 만 네살부터 자기 친한 친구 네다섯에게만 초대장을 보낸다. 나름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생파 초대장을 못 받는다면... 그건 치유가 가능한 마음의 상처일까. 나같으면 카드가 없는 사물함을 본 그 순간부터 복수의 칼을 갈았을 듯.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네 살은 너무 빠른거 아니야?

네 살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엄마는, 독일에서 이 시기를 보내는 딸에게 어떤 응원을 해야 할 지. 여전히 좀 막막하다.

'독일에서 _ > 아이 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성을 존중하는 엄마가 되기  (2) 2020.12.09
육아 금수저  (0) 2020.03.01
생일의 달 2월  (0) 2020.02.24
낮잠 끊기  (0) 2020.02.18
유치원 오리엔테이션  (0) 2020.01.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