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오피스 1일 차

학교 휴교가 시작된 다음날인 3월18일부터 회사에서도 공식적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했다.

아침에 출근해 홈오피스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팀원과 업무를 나누고, 파일들을 서버에서 내려받았다. 4 주 동안 학교가 쉬기 때문에, 홈오피스도 4주 후인 4월 18일 까지이다. 나는 이제 막 신입 딱지를 뗐기 때문에 팀장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데, 2-3주 집에서 일 할 수 있도록 넉넉한 일감을 받았다.

점심에 남편이 아이와 차를 타고 와 컴퓨터를 운반했다. 오후엔 내가 아이를 돌 볼 순서라 저녁때가 돼서야 컴퓨터 전원을 켰다. 회사에서 사용하던 세팅이 아닐것은 짐작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제서야 회사에서 나눠준 지침들을 자세히 읽었다. 가장 중요한 캐드 프로그램 시리얼 번호를 겨우 찾아 입력했는데도 프로그램은 열리지 않았다. 첩첩산중. 일이란걸 언제 시작할 수 있으려나.

맥북프로를 곧 장만해야겠다고 마음이 굳었다. 앞으로도 종종 홈오피스 할 경우가 생길테니.


홈오피스 2일차

새벽같이 회사에 가서 못 가져온 파일들을 가져오려고 했다. 8시 10분 전에 회사에 도착했는데, 이미 층층마다 직원들이 있다. 다들 왜 왔냐는 반응.

회사에 내 컴퓨터가 없으니 오늘 오지 않을 확률이 제일 높은 사람의 컴퓨터를 켰다. 아, 그런데 마우스가 없잖아! 대부분이 홈오피스를 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들을 집에 들고갔나보다. 블루투스 마우스이니 다른 자리로 옮겨야 겠다.

아, 그런데 컴퓨터를 잘못 선택했다. 내가 쓰는 버전이 없는 컴퓨터다. 파일을 열어서 다른 확장자로 저장해서 가져가야 하는데, 다른 버전에서 열면 기존 데이터가 꼬일 가능성이 있다. 여기까지 오기에도 컴퓨터 담당자의 승인이 몇 번이나 필요했는데, 또 다른 컴퓨터에서 시도 할 수는 없다. 파일을 일단 그냥 가져가 보도록 하자.

집에서 외장하드를 가져왔는데, 뭔가 막혀있다. 지난번에 유에스비 가져왔을 땐 됐던 거 같은데, 내 기억력을 믿을 수는 없다. 그래서 하나씩 클라우드에 올리기로 했다. 작업파일 몇 개인데 업로드에만 40분이다. 조용히 커피를 내리러 간다.

최신 맥북 내가 사고야 만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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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금수저 : 부모님이 적극 육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나는 육아 흙수저다. 금수저를 너무 갖고싶은 육아 흙수저. 지난 한 주는 독일 학교들의 방학이었다. 그런데 회사에 워킹맘으로 60%만 일을 하는 동료가 도통 퇴근할 생각을 안한다. 이야길 들어보니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네 갔단다. 목요일에 돌아와서 그 전엔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었던거다. 그는 육아 금수저다.

독일은 아이 보육원 적응기간이 길다. 최소 2주에서 길게는 6주. (어떤 커리큘럼은 3일에 끝나기도 한다는데, 보거나 들은적은 없다.) 딸 아이는 적응을 곧잘 하는 편이라 이번 유치원 적응기간을 2주로 기대했었다. 나 4일, 남편 6일 적응기간을 같이 하는걸로 극적타결 했었는데, 중간에 선생님이 아파서 못 가는 날이 있고 하더니 3주가 지났는데도 아직 온전히 끝나지는 않았다.

적응기간동안 독일 부모들은 출근을 어떻게 해결하나 검색 해 봤더니,
1. 자기 휴가를 사용하거나,
2. 부모님 찬스를 쓴단다.

자기 휴가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곧 여름 휴가 대신 적응기간을 보낸다는 뜻 일거다. 중간에 이사를 가거나 큰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초등학교 가기 전 까지 2-3년은 이 보육시설에 다닐테니, 2-3년을 위한 투자 쯤으로 생각하는 듯.

부모님 찬스를 쓴다는 댓글도 종종 있었는데, 이번에 아이 적응기간을 같이 보낸 아이 여덟의 보호자 중에 조부모는 없었다.

육아 금수저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 금수저 가능성이 있던 곳에서 지 발로 걸어나와 흙수저를 자처한 나로서는, 짐작만 가능한 그 고충 대신 이 곳의 장점을 선택한거니까 할 말은 없지만 부러운건 부러운거다.

아픈 목 큼큼거리며 책 안 읽어줘도 되고, 밤에 잠좀 안 깨고 푹 잘 수도 있고, 집안 돌아다니면서 안 치우고 그냥 침대에서 나오지 않을 수도 있을테니. 진짜 아플 때 만이라도, 단 하루 밤 만이라도 육아 금수저 잠깐 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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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은 딸의 세 번째 생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유치원에 머핀을 좀 구워 보내면 땡이었는데. 그럼 유치원에서 노래불러주고 작은 선물 주고, 아이도 하루종일 생일자 대접 받으며 좋아하고. 그런데 생일 바로 전 날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담임선생님이 아파서 오늘, 내일 아이를 보낼 수 없다고. (독일에는 이런 일이 종종 있다. 맞벌이 하는 집은 대략난감.)

회사에 사정을 설명하고 일찍 퇴근하기로 남편과 합의를 보고 출근하는데, 그제서야 내일 아이 생일인게 떠올랐다. 친구 하나 못 만나고 보내는 만 세살 생일이라니... 부랴부랴 연락을 해보니 당장 내일 오후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딸 친구 한 명, 내 친구 한 명이다. 손님이 있으니 생파를 할 수 있겠어!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그대들 덕분에 딸랑방구가 정말 행복해 했어!!)

요리하고 머핀굽고 할 시간은 없다. 다 사서 공수하기로 한다. 남편은 슈퍼에서 달달구리를 사고, 나는 회사 끝나는 길에 케익을 사오기로 합의. 일퇴 후 집에서 딸랑방구를 데리고 데코 풍선을 같이 사러 다녀오는 계획까지. 딸은 오랜만에 버스도 타고, 자기 생일 풍선도 사서 너무너무 좋아했다. 파티를 준비하는 설렘도 덤. 그 날바람이 정말 엄청 불던 날이었는데, 헬륨 들어간 숫자풍선과 발레리나 풍선을 들고, 나중엔 딸래미까지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생파 준비의 하이라이트였다.

생일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각자 하고싶은 것 하는 파티! 남편은 집 사무실방에서 업무를 보고, 아이들은 바닥에 도화지 펴고 그림그리고, 내 친구는 기타치고, 나와 딸램친구 엄마는 쇼파에 있고. 아이들은 원없이 초코렛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2주 후, 딸 생일파티 풍선의 바람이 다 빠져갈때 쯤. 딸 생일에 와 주었던 딸 친구의 생일파티가 있었다. 주말에 집에서 하는 파티였다. 테마는 무당벌레. 벽에는 종이 무당벌레가 날아다니고, 테이블 위엔 3층 케이크 무당벌레가 등장!

그 다음날은 딸아이 예전 어린이집 친구의 생일맞이 키즈카페. 우리 말고 다른 친구 한 명이 더 오기로 했었는데, 감기때문에 못 왔다. 입장료는 각자 내고 점심은 생일자가 쏘는 심플한 생일파티. 둘이 원하는 놀이기구가 달라 엄마들이 좀 바쁘긴 했지만, 환기가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 생일도 곧이다. 남편의 수준급 미역국을 또 맛볼 수 있는 기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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