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은 딸의 세 번째 생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유치원에 머핀을 좀 구워 보내면 땡이었는데. 그럼 유치원에서 노래불러주고 작은 선물 주고, 아이도 하루종일 생일자 대접 받으며 좋아하고. 그런데 생일 바로 전 날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담임선생님이 아파서 오늘, 내일 아이를 보낼 수 없다고. (독일에는 이런 일이 종종 있다. 맞벌이 하는 집은 대략난감.)

회사에 사정을 설명하고 일찍 퇴근하기로 남편과 합의를 보고 출근하는데, 그제서야 내일 아이 생일인게 떠올랐다. 친구 하나 못 만나고 보내는 만 세살 생일이라니... 부랴부랴 연락을 해보니 당장 내일 오후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딸 친구 한 명, 내 친구 한 명이다. 손님이 있으니 생파를 할 수 있겠어!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그대들 덕분에 딸랑방구가 정말 행복해 했어!!)

요리하고 머핀굽고 할 시간은 없다. 다 사서 공수하기로 한다. 남편은 슈퍼에서 달달구리를 사고, 나는 회사 끝나는 길에 케익을 사오기로 합의. 일퇴 후 집에서 딸랑방구를 데리고 데코 풍선을 같이 사러 다녀오는 계획까지. 딸은 오랜만에 버스도 타고, 자기 생일 풍선도 사서 너무너무 좋아했다. 파티를 준비하는 설렘도 덤. 그 날바람이 정말 엄청 불던 날이었는데, 헬륨 들어간 숫자풍선과 발레리나 풍선을 들고, 나중엔 딸래미까지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생파 준비의 하이라이트였다.

생일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각자 하고싶은 것 하는 파티! 남편은 집 사무실방에서 업무를 보고, 아이들은 바닥에 도화지 펴고 그림그리고, 내 친구는 기타치고, 나와 딸램친구 엄마는 쇼파에 있고. 아이들은 원없이 초코렛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2주 후, 딸 생일파티 풍선의 바람이 다 빠져갈때 쯤. 딸 생일에 와 주었던 딸 친구의 생일파티가 있었다. 주말에 집에서 하는 파티였다. 테마는 무당벌레. 벽에는 종이 무당벌레가 날아다니고, 테이블 위엔 3층 케이크 무당벌레가 등장!

그 다음날은 딸아이 예전 어린이집 친구의 생일맞이 키즈카페. 우리 말고 다른 친구 한 명이 더 오기로 했었는데, 감기때문에 못 왔다. 입장료는 각자 내고 점심은 생일자가 쏘는 심플한 생일파티. 둘이 원하는 놀이기구가 달라 엄마들이 좀 바쁘긴 했지만, 환기가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 생일도 곧이다. 남편의 수준급 미역국을 또 맛볼 수 있는 기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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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네살의 시작이다. 아침이면 일어나기 싫다고 징징, 옷 안 갈아입겠다고, 양치질은 책 보면서 한다고 징징... 지금처럼 점심 먹기 전에 유치원 하원 해 집에 오는 날이면, 낮잠을 자지 않겠다고 또 한바탕 징징, 저녁잠도 자지 않겠다고 징징... 총체적 난국이다.

그래서 점심을 먹다가 충동적으로 오늘은 낮잠을 자지 말자고 했다. 주말에 엄마아빠와 놀다보면 가끔 낮잠을 패스하곤 했으니, 슬슬 뗄 때도 됐다는 생각에서다. 자기 싫어하는 애를 낮잠 재우려니 나도 힘들고, 한 번 낮잠들면 두 시간은 기본이라 저녁잠 재우는 것도 여간 힘든게 아니다. 낮잠을 자지 않고도 낮에 잘 버텨준다면, 낮에 기운 빼지 않고 저녁에도 금방 잠들거라는 큰 그림이었다.

역시나 낮잠을 안 자고도 낮에 떼를 많이 쓰지 않았다. 대신 컨디션이 안 좋은 엄마만 좀 자고, 아이는 홈오피스 중인 남편이 대신 맡았다. 노는데 ‘좀 졸리네’ 한 마디 했단다. 저녁먹고 샤워하고 책 좀 읽다보니 일곱시 반. 졸려하는게 눈에 보였는데, 그래도 한 권 더 읽어달란다. 마지막 책 내용을 듬성듬성 읽어주고는 침대로 데려왔다. 많이 졸린지 침대에 제대로 눕지도 않고 칭얼댄다. 내복바지 벗고, 기저귀 차고, 쪽쪽이 물고, 거의 바로 딥슬립. 오예!

지난달 까지 가던 키타에는 12시 반 부터 낮잠시간이었다. 이번달부터 가는 킨더가르텐에는 낮잠시간 대신 쉬는시간이 있단다. 만 세 살 이상의 어린이들만 있으니 낮잠은 대부분 뗐지만, 오후에도 풀 파워로 놀기 위해 1시부터 모든 아이들이 30분 동안 어두운 방에서 누워있는단다. 그 동안 잠이들면 일어날 때 까지 따로 깨우지는 않는다고.

낮잠이나 밤잠이나 사실 상관은 없다. 중요한건 아이의 충분한 수면시간. 그리고 충분한 양육자의 쉬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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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한 살이 되고, 그 다음주부터 아이는 하루에 평균 일곱시간을 어린이집에 있었다. 이제 곧 만 세살이 되니,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의 절반은 어린이집에서 보내지 않았을까.

한국인 부모를 가진 독일에서 태어난 딸은, 어린이집에서 놀이시간 이상의 것을 얻었다. 걸음마를 배웠고, 기저귀를 뗐다. 밥은 의자에 앉아 식탁에서 먹고, 언니, 오빠, 그리고 동생들과 같이 노는 법을 배웠다. 독일어를 배웠고, 한국어를 알려줬다.

가족들의 도움이 없이 아이를 키운다는건, 아이가 부모 외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과 동의어라고 생각했다. 어린이집 등원 첫 날부터 이런 생각은 야금야금 무너졌다. 딸의 첫 담당선생님이었던 라리사는 초보엄마인 나에게 무례하지 않게 다가왔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 뿐 아니라, 독일에서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정보들도 조심히 알려줬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보호자 사이의 신뢰를 넘어, 독일인에게 닫혀있던 나의 마음도 열게했다. 그 후 담당선생님인 니콜도 딸의 정서적, 신체적, 언어적인 발달을 면밀히 관찰해 알려줬다. 아침에 반에 들어갈 때면 햇살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도 얘기했다. 집에서, 어린이집에서 잘 성장하고 있구나, 뿌듯하고 안정된 마음이 들었다.

월요일이면 그런 어린이집에서 아이는 마지막 날을 보내게 된다. 자기는 이제 언니가 된다며 빨리 유치원 가고싶다고 얘기하는 딸. 유치원에 가면 어린이집은 더이상 못 간다니까, 그래도 자기는 유치원이 좋다고 얘기하는 딸. 나는 좀 아쉽다. 그 마음을 잘 다듬어 작별파티 준비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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