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의외로 꼭 지키는 것들이 있다. (물론 독일사람 전부가 그러지는 않을 거 라는거, 나도 안다.) 예를들면 ‘운동화는 운동할 때만 신기’라던지, ‘머그컵Becher에 차가운 음료 마시지 않기’라던지.

이게 어떤 느낌인지 감이 잘 안 온다. 우리에게 적용하자면 이 정도이지 않을까. ‘포크로 라면먹기’

나는 점심 도시락을 싸 다니는데, 가끔은 집에 점심거리가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옵션 중 하나는 라면이다. 봉지라면. 회사에서 큰 길을 따라 1분만 내려가면 아시아마트가 있다. 거기서 라면 한 봉지를 사온다.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면서 동시에 넓은 그릇에 면과 스프를 넣는다. 끓은 물을 그릇에 붓고 2-3분 전자렌지에 돌려준다. 중간에 한두번 저어주면 면이 골고루 익는다.

오늘은 평소 먹던 라면과 다른 라면을 골랐더니 너무 매웠다. 마실 물은 우리 층에 없어서, 우리 층 냉장고에 있는 우유를 꺼냈다. 찬장에는 마침 큰 유리컵들만 있어서 용량이 좀 적은 머그컵을 골랐다.

이로써 동시에 2관왕을 달성했다. ‘포크로 라면먹’으면서 ‘머그컵에 찬 우유 마시기’. 날이 따뜻했으면 테라스에 나가서 도시 뷰를 감상하며 먹는건데. 그러면 기분은 더 더 이상해질거다. 지금도 충분히 멀티쿨티multi-kult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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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기사도 읽어야 하고, 독일어 작문도 해야한다. 요가도 틈틈이 해야하는데, 지난달에 간 신경외과에서 편두통을 없애려면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대서 압박이 더해졌다. 다음주는 아이가 유치원에 등원하는 날이다. 그 전에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 작별파티도 해야하는데 이 역시 나의 몫. 생각 해 두었던 선생님과 아이들의 선물을 오늘 주문했다. 늦지 않게 오면 개별포장을 해야한다. 그리고 아이가 주문한 파인애플 머핀을 부족하지 않게 구워가야지. 아참, 그리고 한참을 업로드 하지 않은 내 유튜브 채널에 대한 죄책감과, 그것에 비례하지 않는 구독자 수 욕심도 있고. 꾸준히 글도 쓰고싶다.

이상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혹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할 것이라면, 회사는 회사 나름대로 빡빡하다. 나는 세 개 프로젝트에 속해 있는데, 그 중 둘은 지금 정신없이 건물이 올라가는 중. 하루에도 몇 번씩 프로젝트를 옮겨가며 급한 불을 끈다. 답변이 제깍 오지 않아 시간이 뜨면 틈틈이 세번 째 프로젝트 빔 모델링을 한다. 회사에서나마 나를 좀 돌보고 싶은데, 물은 지하에 있고 나는 엘리베이터 없는 3층이라, 커피만 내려 마신다.

뿌얘지는 눈을 껌뻑거리며 오후 업무시간을 채운다. 퇴근하는 지하철에서는 이북을 읽거나 유튜브를 시청하는 멍때리는 시간. 집에 도착하자마자 외투를 바닥이나 화장실 세탁기 위에 벗어두고는 샤워가 끝난 아이의 뒷일을 맡는다.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는게 이 퀘스트의 핵심. ‘싫다고~’ 노래를 허허 웃어 넘기면서 손을 바쁘게 움직여야한다. 그 이후는 철저한 분업. 아이와 놀거나 저녁준비 하거나. 아이랑 놀거나 저녁상을 치우거나. 마지막 큰 산인 양치시키기를 넘으면, 이제 진짜 마지막. 잠 재우기.

오늘은 재우면서 같이 잠 들지 않았으니 반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미열이 있어서 잠에서 자꾸 깬다. 남편을 애 옆에 누워있게 하고, 요가를 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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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육시설 운은 정말 좋다. 내가 사는 슈투트가르트는 정말이지 보육시설 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내 직장에는 출산 후 일주일에 단 몇시간이라도 일을 하고싶어하는 동료가 있다. 출산 6개월 후 일주일에 며칠 출근하는가 싶더니, 다시 휴직에 들어갔다. 그동안은 부모님이 낮동안 아이를 맡아주셨는데, 아직 어린이집 자리를 구할 수가 없어서 구할 때 까지 자기가 휴가를 내야 한다고. 또 다른 직장동료는 유치원 자리를 동네에 받지 못해 오후 네시에 차로 아이를 픽업해 집에 데려다 주고 다시 회사로 돌아온다. 그런 도시에서 우리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자리를 비교적 수월하게 받았다.

어린이집에 보낼때는 내가 아직 학생이었어서 학생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자리를 바로 받을 수 있었다. 원비는 일반 어린이집보다 좀 비쌌지만, 선생님들과 시설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러다 우리는 이사를 했고, 원래도 좀 멀었던 어린이집이(대학교 근처에 위치) 더 멀어졌다. 지하철을 타고 30분은 가야하는 거리. 아이에게는 지하철 안에서 간식을 먹는게 하나의 재미가 되었다. 이사갈 집이 정해졌을 때 부터 이미 이 동네 유치원에 지원을 했지만 10개월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지원활동(?)을 해야하나 싶을 때, 집 근처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를 위한 자리가 있다고.

전화를 받은 다다음 날, 남편과 아이와 함께 유치원에 등록하러 갔다. 그게 12월이었고, 오늘은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었다. 2월에는 총 여섯명의 아이가 동시에 시작한다. 여섯 아이의 학부모와 아이 셋이 모였다. 그 자리에서도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이 여섯명 중 두 명만이 어린이집에 다닌 경험이 있고, 만 네살이 넘도록 어떤 자리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유치원은 여러모로 어린이집보다 한 수 위였다. 어린이집 한 반 정원수는 10명, 선생님은 3명이었던데 비해, 유치원은 한 반 20명에 선생님 단 두 명. 어린이집에서는 그 세 명 중에도 우리 아이를 우선으로 담당하는 선생님 Bezugserzieherin이 한 명 정해져 있었는데, 유치원은 그런거 없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가 스스로 잘 맞는 선생님을 찾는다고. 적응기간도 다르다. 어린이집은 그 담당선생님과 나와 아이, 이렇게 셋이서만 며칠을 보냈었는데, 유치원은 바로 실전이다. 새로 들어가는 아이들 여섯이서 바로 합방. 가끔은 버스 타고 숲으로 소풍 가기도 한다고.

독일은 유치원부터 공교육으로 여긴다. 그래서 만 세살이 넘은 아이들을 필히 보육시설에 보내야 한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다양한걸 접하겠지만, 내게 특히 반가웠던건 언어교육. 이 유치원에는 일주일에 두 번, 오전에 언어선생님이 방문한다. 처음에는 반에서 아이들과 같이 놀다가, 언어가 부족한(독일 아이나 이중언어)아이들 다섯명을 데려가 따로 시간을 갖는다. 단어나 발음을 직접 고쳐주거나 하지는 않고, 아이가 잘못 얘기 한 부분을 선생님이 바르게 다시 이야기하는 정도. 그렇지 않아도 딸의 독일어가 좀 걱정돼서 '집에서 독일어 영상을 좀 보여줄까' 싶던 차에 잘 되었다. 집에서는 한국어만 열심히 해도 되겠어. 

한 시간 정도 정보와 질문 교환이 끝나고, 시설을 한 번 둘러보는걸로 오리엔테이션은 끝났다. 마침 아이들 픽업시간이어서 다니고있던 아이들의 부모들을 우연히 만났는데, 아는 얼굴들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하는 수업을 듣고있는데, 거기에서 알게된 부모들이다. 남편은 그제야 얼굴이 좀 폈다. 픽업하고 다같이 바로 체육수업을 가면 되겠단다.

오리엔테이션 내내 수줍어서 아빠랑만 놀던 딸아이는 어땠을까? 저녁 먹기 전에 무릎에 앉혀 물어봤다.

"오늘 킨더가텐 어땠어?"

"안 좋았어."

"안 좋았어? 계속 놀고싶었는데 조금만 놀고 집에와서 안 좋았어?"

"응."

"우리 한 열 밤 정도 자면 이제 매일매일 킨더가텐 갈꺼야. 근데 그 땐 키타(어린이집)는 못 가. 키타나 킨더가텐 둘 중 하나만 갈 수 있어."

"나는 킨더가텐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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