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의 포스팅이에요. 그동안 남편의 사무실 개업 템포도 살짝 느려져 있었습니다. 11월은 자잘한 일 처리하다 지나가고, 12월은 지금까지 있던 회사 일을 정리하고 마무리 하느라 지나갔어요. 12월 20일부터 새 해 첫째 주 까지는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는 여기 문화도 속도를 늦추는데 한 몫 했구요.

오늘은 앞서 언급한 '자잘한 일' 가운데 하나인, 잡센터Arbeitsagentur에서 지원금Zuschuss 받기를 개략적으로 적어볼까 해요.

남편은, 본인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저의 잔소리로부터 자유로워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잔소리는 금전적인 부담감에서 대부분 기인 할 테기에,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봅니다. 처음에 목표로 했던건 창업지원금Zuschuss für die Selbstständigkeit이었어요. 잡센터에 가서 개인적인 이유로 창업을 하고싶고, 지원금을 받고싶다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첫 상담을 잡아줬습니다. 첫 상담은 약간 어이없게 마무리 됐는데, 결론적으로는 1)창업지원금을 받으려면 실업급여Arbeitslosengeld 신청을 먼저 해야한다 2)나는 실업급여 담당이니 창업지원금 담당하는 사람과의 상담을 다시 잡아주겠다 였어요. 인터넷으로 실업자 등록을 하고 두번 째 상담을 받습니다.

창업지원금 담당자의 말은 이렇습니다. 지금 독일(혹은 여기 슈투트가르트)의 건축경기가 호황이다. 이 말인 즉, 취업이 정말 어려워 차선으로 창업을 선택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원금 신청도 신청을 한다고 모두가 받는것도 아니다. 실업인 상태로 최소 3개월동안 구직을 열심히 했는데도 취직이 안됐을 경우에 신청 가능하고, 실제로 5개월정도 구직을 권장한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인데, 지원금에 대한 사전조사 없이 막연히 받을거라고 생각했던 남편은 충격이 컸었어요. 상담이 끝나고 점심시간에 제 회사에 찾아와 손을 잡고 못받게 됐다고, 눈 꼬리를 한 껏 내리며 얘기했거든요.

그래서 또 며칠은 희망을 접고 있었는데, 남편이 실업급여 대기시간을 줄일 방법이 있다고 얘기했어요. 남편은 전 회사에서 제 발로 나왔기 때문에 퇴직 후 6개월이 지나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요. 해고를 당하는 등 본인의 의지로 퇴사한게 아니면 바로 받을 수 있구요. 위에서 언급한 '5개월 후 창업지원금 신청 가능'도 이 맥락에서 나온 기간입니다. 실업급여 대신 창업지원금으로 대체해서 받을래? 인거죠. 창업지원금이 실업급여보다는 적다고 하니, 정부 입장에서는 이득이라서 그런가봐요. 어쨌든, 그 방법이라는건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고 얘기하는거래요.

처음 잡센터에 갔을 때 육아때문에 퇴직하는거냐고 물어봤었대요. 그 때는 그렇다고 얘기하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아니라고 얘기했는데, 사실은 그렇게 얘기하는게 좋았던거에요. 또 한번 잡센터로 가서 사유서를 작성해서 제출했어요. 아내가 학업중에 아이를 낳아 학업과 육아를 병행했고, 졸업후에도 1년 쉬고 이제야 일을 할 수 있게돼서 이번엔 자기가 아이를 주로 양육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마음을 돌려보려 구구절절하게 적어 냈다고 하더라구요. 그 정성에 감복한건지, 그로부터 며칠 후 내달부터 바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메일이 도착했어요.

마냥 좋아하기도 잠시, 또 몇일이 지나고 메일이 하나 더 왔어요. 내달 21일까지 그동안 구직활동 한 걸 정리해서 보내라는 일종의 숙제검사 날짜가 떨어진거에요. 글로는 한숨에 읽히지만, 사실 '실업자 등록'부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연락을 받기까지 약 두 달의 시간이 걸렸어요. 그 사이 남편은 잡센터로부터 꽤 많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러이러한 사무실에 지금 사람이 필요하다는데 지원해보렴이 주 내용이구요.

그리고 지금 그 '내 달'의 3일 째가 지나고 있어요. 이번달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지원금 신청이 가능 해 질건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하지만 남편이 미래에 대한 희망만 보고 들떠있는건 아니라는걸 알게돼서 제 마음이 차분해지는건 사실이에요.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밤 꼬박을 끙끙 앓았다. 몸이 으슬으슬 아파 열을 재보니 39도다. 어제 처방받은 약은 기침 가래, 코감기 약 뿐이라 몸살약이 없는데... 남편이 부랴부랴 어디선가 소염진통제를 찾아준다.

출근 후 한 달이 지나고 맞은 주말을, 나는 이렇게 앓으며 보냈다. 기특하게도 딸은 엄마가 아프다 하니 많이 찾거나 보채지 않는다. 덕분에 뜨문뜨문 낮잠으로 체력을 보충했다. 사실은 주중엔 멀쩡하고 주말이 되니 아프기 시작한건 아니다. 이번 주 시작인 월요일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가벼운 감기기운이 있어 종합감기약 이틀 정도 먹으면 낫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 걸, 콧물이 점점 심해지고 기침도 하기 시작하더니 간 것 같던 몸살이 다시 왔다. 일주일 내내 없는 체력 갉아먹으며 병원균과 싸우다가 주말이 되자, 땡땡땡. 감기 바이러스, 승!

금요일 아침에는 도저히 안되겠어서 일어나자마자 영양제를 입에 털어넣었는데, 그게 또 체했네. 물과 약을 다 토했다. 오늘은 나 진짜 회사 못간다, 남편에게 선언하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잤다. 한 시간쯤 잤을까. 일어나보니 남편과 아이는 둘이서 출근과 등원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 한 잠 자니까 그래도 움직일 수는 있겠어서 꾸역꾸역 출근을 했다.


독일 회사도 병가가 있다. 그리고 쓰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의사한테서 소견서를 받으면 의사가 써 준 만큼 쉴 수 있다. 소견서를 회사에 제출하면 의료보험회사가 아파서 출근하지 못 한 날들의 임금의 반을 지원한다. 하루 정도 쉬면 괜찮아질 것 같을 땐 소견서 없이 회사에 얘기하면 병가로 인정 해 준다. (물론 일 수 제한은 있다.)

그런데 왜 나는 미련하게 병가를 쓰지 않는가!


아프던 중, 수요일 저녁 여섯시에 미팅이 있었다. 회사에 들어가 처음 참여한 프로젝트의 건축주와 같이 하는 미팅이었다. 저녁 여섯시에 잡혔는지라 팀장이 물어봤다. 참석 할 수 있냐고. (참 쿨한 회사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고는, 대신 오후에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했다. 세 시간 정도. 그랬더니 어딜가냐, 왜 가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러라고 한다. (회사 하나는 잘 뒀다)

같이 프로젝트를 준비 한 동료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오후 세시에 갔다가 다섯시 쯤 오겠다고 했더니, 어차피 건축주들은 늦는다며 다섯시 반까지만 와도 괜찮단다. 세 시 전에 미팅 준비를 같이 끝내기로 했지만, 설계일이 어디 두부썰듯 깔끔하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던가. 동료가 자기 맡은 일이 좀 더 걸리니 내가 준비할 수 있는것만 해 놓고 다녀오란다.

그리고 나는 아이 어린이집에 갔다. 전날 저녁 늦게까지 남편이랑 만든 등을 들고. 가을 등 축제를 하는 날 이기 때문이었다.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 적어져서 그런가, 처음 어린이집 등원할 때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요 며칠 아침마다 어린이집 앞에서 안들어간다고 엉엉 울면서 영화를 찍는다. 그렇게 우는 채로 선생님에게 안겨 들어가는 모습으로 안녕해서, 저녁 밥 먹기 전에 얼굴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그런 엄마가 오늘은 어린이집에 오다니! 아이 반으로 들어가니 그 마음 가득한 얼굴을 하고는 나에게 달려와 안긴다.

같이 노래 부르고, 부모들이 싸온 음식을 먹고, 밖에 나가 등을 들고 한바퀴 돈다. 얼마 같이 놀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다시 일하러 간다고 한다. 남편은 울기 시작하는 아이의 정신을 트램폴린으로 돌리고, 나는 다시 회사로 가는 버스를 탄다.


이렇게 내가 필요한 시간은 시간대로 챙기고, 지난주에는 아이가 아파서 이미 하루 출근을 안했는데, 아파서 못가겠다고 또 얘기 할 염치가 없었다. 아픈데, 아프다고 얘기 할 수가 없어ㅠ

그런 몸 상태로 출근을 하니, 하루 종일 두통과 콧물과 기침과 싸우느라 업무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코 풀러 화장실 가랴, 마실 물 끓이러 갔다오랴. 그래도 주말이 지나니 체력의 한 65프로 정도는 회복이 된 것 같다. 이제 뇌에 보낼 에너지가 좀 생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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