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이면 만 세 살이 되는 딸. 독일어와 한국어 둘 다 말한다. 그리고 두 언어의 전환이 놀랍다.
어제 저녁, 잠 들기 전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내가 ‘작다’라는 말을 잘 못 알아들었다. 잘 때엔 아직 쪽쪽이를 무는데, 물고 말하면 당연히 알아듣기 어렵다. ‘잡다? 접다?’하고 되 물으니, 쪽쪽이를 손으로 빼서 들고는 ‘클라인klein 이라고오!’ 한다.
한국어는 일취월장이라 가끔은 ‘언제 이런 표현을 배웠지?’ 할 정도. 요새 새로 사용하는 말은 ‘~하거나 ~하거나 둘 중 하나만 해’다. 며칠 전에 ‘밥을 먹든지 내려가 놀든지 둘 중 하나만 해’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는, 엄마아빠가 자기랑 안 놀고 둘이서 얘기할 때 써먹는다. ‘구슬 하고 놀거나, 말 하거나 둘 중 하나만 해!’. 말 하겠다고 하는 대답은 당연히 안 통한다.
‘엄마아빠처럼 어른이 되면 뭐 하고싶어?’ 같은 심도있는(?) 질문에 대답도 한다. 처음 물어봤을 땐 ‘혼자서 양치하고싶어’였는데, 이젠 ‘맥주 마시고 싶’다고.
집에서는 98% 한국어를 사용한다. 2%는 독일어인데, 장난으로 독일어를 가끔 사용하곤 한다. 주로 아이가 먼저 독일어로 말을 걸고, 나는 장단을 맞춰주는 정도. 내 독일어로는 적극적으로 놀아주지 않아 재미가 없는지 오래 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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