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일 유학중에 임신을 했고, 부른 채로 수업을 들었고, 학기 막바지에 출산을 했다. 출산 후엔 교수님 미팅하러 유모차를 끌고 학교에 갔고, 아이가 학교 복도를 기어다니는 옆에서 졸업논문 발표를 했다. 모든게 계획하지 않은 것이었으나, 사실은 계획 거였다. 나는 아이와 나의 나이차가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고, 때가 괜찮은 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닥칠 일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없었을 .

식상하지만 사실이라 말하지 않고는 넘어갈 없는게, 많은 도움들이 있었기에 헤쳐나올 있었다. 가장 도움은 남편이었다. 물론 육아는 남편이 도와줘야 하는 아니라 같이해야 하는 거고, 내가 졸업할 있게 말이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독일에서 친정엄마나 시어머니 도움 없이 출산을 , 남편은 달의 육아휴직Elternzeit 냈다. 한국보다야 복지가 좋은 독일이지만, 그래도 남자가 육아휴직을 길게 내는건 그리 보편적이지는 않다. 특히 건축 설계분야에서는, 그리고 소규모 아뜰리에에서는 더더욱.

남편의 육아휴직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했고, 나는 졸업설계를 다시 시작했다. 사실 임신했던 학기에 시작했으나 중간에 포기했었다.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호르몬에 대항해 이기지 못했고,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있던 날이면 아이에게 미안함이 든다는 그럴듯한 핑계도 있었다. 다시 시작한 졸업설계의 목표는 만족할 결과가 아니라 졸업이었다. 학부 처럼 일을 새서 작업해놓고 발표 직전에 누구 들으라고 하는 투정이 아니라, 순도 100% 진심으로.

아이가 다행히 순했(과거형...)기에, 낮잠자는 때나 혼자 누워서 틈틈히, 그리고 남편이 퇴근한 저녁과 주말에 작업을 했다.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겠지만, 학기 중반쯤 모든 것에 허덕이며 지내던 중에 남편이 달콤한 얘기를 했다. 졸업 까지 금요일을 쉬겠다는거였다. 독일은 한국보다 휴가가 많다. 때가 졸업발표가 남은 시점이었던가, 수로 따지면 충분히 가능했다. 어차피 여름 휴가를 내도 어디로 놀러 가지도 못하는데. 하지만 건축설계분야는 또한 다른 독일 회사들에 비해 짜다. 소규모 아뜰리에에서는 더더욱.

남편은 마감 직전 일주일 휴가도 내서 힘을 모아주고 장렬히 회사로 복귀하셨다. 그로부터 한국으로 휴가를 가기 까지는 아이의 이유식과 나의 끼니도 담당하셨다. 한국에 가서 나는 처음으로 34 자유부인이 되었다. 그것도 아예 다른 땅으로 떠날 있는 자유를 가진 부인이자 엄마. 자유를 남편은 참으로 쿨하게 동의 주었다.

어제 남편은 12 회사 워크샵을 다녀왔다. 남편이나 다른 가족 없이 아이와 둘이서만 보내는 밤은 처음이었다. 친구랑 어디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회사 워크샵이라는데, 나는 쿨하게 보내주지 못했다. 당연하지. 이틀에 주말도 하루 있으니. , 남편은 짐도 안싸고 나와 아이가 먹을 파스타를 만들고 국을 끓였다. 남편이 집을 떠나기 전까지, 아이는 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불확실함이 주는 두려움이 컸던거다. 그동안 육아의 힘듦이 1이었다면, 남편이 없으니 2 같았는데, 체감상 1.4 정도 였다. 아이는 미열이 있었지만 놀고 먹고 쌌다. 그리고 나는 나에대한 기대치를 줄였다. 밥은 있는거 먹이고, 힘들다 싶으면 애쓰지 않고 유투브 베이비시터님을 모셔왔다. 밖에서 시간을 보낼곳도 재미나 교육을 따지지 않고, 닿는대로, 아이 하는대로 내버려뒀다. 쓰고나서 보니 완전 남편 육아방식이다.

이제 육아의 두려움은 남편에게로 옮겨갔다. 남편 , 이제 육아의 책임이 자기에게 넘어온다고 막판에 버릇 나쁘게 들이지 말란다. 하루 그렇게 한건데, 잔소리를 한다. 역지사지다. 있음 본격 역할 바꾸기가 다가오는데, 나는 남편의 성취를 위해 나의 시간과 체력을 그렇게 떼어줄 수가 없을 같다. 퇴근 진심이 가득 담긴 위로 혹은 용기의 말을 충분히 전하는거, 그건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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