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동안 얼마나 좋은 데엠을 가졌던가! 꽤 넓은 면적에 물건들이 일정 규칙에 따라 잘 정리 돼 있었고 오픈플랜으로 한 눈에 꽤 많이 파악할 수 있었다. 아기용품에 대해 얘기하자면 할 말이 더 많다. 모든 브랜드의 모든 크기의 기저귀가 다양한 포장규격으로 구비 돼 있었다. 아기옷도 저렴이부터 유기농까지의 선택권이 있었다. 내복도 있어서 응아가 샌 긴급 상황에 바로 계산해 입힐 수 있었다. 아 맞다. 기저귀 가는 곳도 널찍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언제든 기저귀를 갈 수 있었다.

지금은 두 곳의 데엠에 어렵지않게 갈 수 있다. 새로 이사한 집 근처에서 걸어서 10분에 하나, 회사에서 집에 오는 전철역 근처에 하나. 하지만 둘 다 예전 데엠보다 좋은 점은 찾아볼 수 없다. 좁고, 정수기도 없고, 기저귀 가는데(는 이제 어차피 별 필요는 없지만)도 불편하고, 무엇보다 우리가 사던 팸퍼스 베이비드라이 점보팩이 없다! 좀 더 비싼 팸퍼스 프리미엄은 점보팩만 들어와 있고, 베이비드라이는 일반팩만 있다. 사이즈에 따라 한 팩에 들어있는 개수가 다른데, 지금 쓰는 사이즈는 일반팩으로 사면 30개가 들었다. 30개. 누구 코에 붙이나. 딸래미 엉덩이에 붙이지.

어린이집에서 기저귀가 더 필요하다고 해서 이번엔 아마존에서 주문 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주문 후 이틀이 지나도 배송조차 안돼서 취소하고 회사 근처 데엠에 갔다. 기저귀코너 앞에서 내 귀한 ‘퇴근 후 10분’을 소비하고 결국은 엉덩이에 붙일 일반팩 하나를 집어들었다. 기저귀 공급에 차질이 생겨 기저귀를 떼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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