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이 면접과 관련된 정보만 나열한 글이 된 것 같아 추가 글을 써보려합니다.




회의실에 들어가서 나에게 앉고싶은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이 사람, 말은 그렇게 해도 내가 앉으면 좋을 자리는 여기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할텐데. 도데체 그 정답 자리는 어디냔 말이야. 동양적 수직관계 마인드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안다. 표현하지는 않지만 여기도 그런데 만만치 않게 깐깐하다는거. 면접 시작하기도 전에 내 마음이 편한 자리를 찾아야 하는 퀘스트부터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 추가요.


스펙쌓기 용이 아니었는데. 이 나이 먹도록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는게 한심해서, 학업에 지쳐서 잠시 쉬기 위해 했던 일이었는데. 학생아르바이트생으로 얼마동안, 그리고 무슨 일을 했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인턴증명서는 안 봐도 된다고. 내가 뭘 했는지, 나름의 추천사도, 여기에 아주 잘 써있는데. 내가 안한 일을 했다고 뻥치고 있는거면 어쩌려고.


그래도 적어도 계약서 쓰기 전에 공신력있는 증명서들은 봐야 하는거 아니야? 내가 여기 졸업했다고 뻥치는거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쯧쯧.


졸업작품은 그래서 맘에 드냐고 묻는 질문에는 정말 당황했다. 아니, 나에게 돈을 주고 일을 시킬 사람으로써, 나를 어디에 써 먹을지 결정할 때 도움되는 질문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 내 자존감까지 챙겨주시는 오지랖. 칭찬해. 그런데 아닌게 아니라 내가 졸업작품 발표 하던 날에도, 오랫만에 만나는 독일 친구들은 그래서 만족하냐고 종종 물어보더랬다. 그 때야 끝나고 훌훌 털 수 있었으니 당연히 만족하지. 근데 사람이란 뒤돌아보면 후회하는 동물 아니었어? 나만 그렇니. 세상에 나온지 이제 반년 된 아이 데리고 졸업하는게 생각보다 쉬울리가. 목표를 졸업에 두고, 좀 눈에 밟히는 부분도 넘어갔는데. 그 상황에 최선을 다했다고해도, 다시 돌아가도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도, 그래도 어떻게 내 작품에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독일 설계사무소 면접은 한시간즈음에 걸쳐 보통 이렇게 진행됩니다.


1. 회사에 가서 제일 먼저 마주치는 사람에게 이름을 대며 면접보러왔다고 말하기.

2. 회의실로 안내를 받고 음료를 제안받음.

3. 자리를 내가 골라서 앉음.

3. 면접자가 회의실로 들어와 인사(악수)를 함.

4. 자기소개를 하고 포트폴리오 설명을 함 + 질의응답

5. 회사에 대한 소개를 들음 + 질의응답

6. 언제까지 연락을 줄 지 날짜를 정함

(슈투트가르트 설계사무소들은 합격, 불합격 여부와는 별개로 면접을 본 후 내가 이 회사에서 일 하고싶은지 아닌지를 회사측에 먼저 알립니다.)

7. 회사 둘러보기.






1. 포트폴리오 설명하기


저는 슈투트가르트에서 건축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여기서 독일어를 배우면서 입학하기 전에 한 번, 학업중에 한 번, 총 두 곳의 설계사무소에서  Werkstudent(학생아르바이트생)으로 일을 했었습니다. 그때도 독일어로 면접을 봤었기에 대충 어떻게 진행될지 감이 있었죠. 독일어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건 포트폴리오에 넣은 프로젝트 설명입니다. 어떤 프로젝트 설명을 원하는지는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이번 포트폴리오에는 석사 졸업작품이 있기에 그걸 가장 많이 준비했어요. 


준비란, 독일어 스크립트를 써서 여러번 집중해서 읽는겁니다. 간단하게 프로젝트 전체를 설명하면 인터뷰 담당자가 궁금한걸 더 물어봅니다. 생각치 못한 질문을 받을 때를 대비해, 다양한 독일어 단어를 머리속에 가지고 있는게 좋겠지요. 그래도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엔 '졸업작품에 대해서 담당교수가 어떤 크리틱을 했는지' 물어봤을 때 제일 당황했어요. 그래서 생각이 잘 안나는데... 하고 운을 띄웠더니 그걸 기억 못하면 어떡하냐며. 그래도 뒤이어 이것저것 주워섬겼습니다 ㅎ


면접에 저는 제가 출력한 포트폴리오를 가져갔습니다. 한 부만 만들어서 면접때마다 가지고 다녔어요. 이미 메일로 제 포트폴리오를 보냈었기때문에 미리 출력 해 둔 회사가 두 곳, 제 포트폴리오를 같이 본 회사가 두 곳 이었습니다. 그리고 면접이 끝나고 두고 가겠느냐고 물어 본 회사가 한 곳 있었습니다. 포트폴리오 외에 졸업장, 성적표, 인턴증명서를 가지고 갔었는데 보자고 하는데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2. 회사에 대한 질문


저에겐 프로젝트의 만족감 보다는 일하는 조건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가 있어서도 그렇지만,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그리고 왠만한 프로젝트에서는 흥미로운 부분을 잘 찾는 편이구요. 제가 면접시 꼭 물어봐야겠다고 적어놓은 것들입니다.


1. 월급

2. 근무시간, 휴가일

3. AiP 지원 여부


4.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

5. 내가 어떤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될 것인지


월급과 근무시간, 휴가일, AiP 지원 여부는 슈투트가르트에 떠도는 기준이 있습니다. 회사 규모나 분위기에 따라 좀 더 주고 덜 주긴 하지요. 그리고 외국인 핸디캡도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관한 질문은 사실 렌더링을 내부에서 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해 듣고싶어 우회적으로 물어본 질문이구요.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도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부서에서 일을 할 지, 어느 단계에서 일을 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3. 엄마인 지원자


처음 자기소개를 할 때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다고는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선입견 없이 포트폴리오를 봐 주길 바랬거든요. 미리 포트폴리오를 훑어 본 한 회사에서는 졸업 후 약 일년의 시간이 있는데 그 동안 무엇을 했느냐 물어봐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했습니다. 이는 곧 다른 회사들은 졸업 후 공백이 있었다는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얘기죠. 대신 다른 회사 면접에서는 일 시작할 수 있는 날짜를 얘기하면서 엄마임을 밝혔습니다.


거의 모든 회사는 자기 회사에도 젊은 엄마들이 있고, 아이가 아플경우 서로 얘기해서 쉴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일단 겉으로는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상이 어떨는지는 사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직접 듣지 않는 이상은 잘 모르지만요. 뉘앙스와 그 때의 분위기, 회사 전반의 느낌을 보고 스스로 판단해야하는 부분입니다.






매우 유용했던 유투브 채널입니다. 


https://youtu.be/SDBcq_gYEbM


어떻게 월급 얘기를 꺼내야 할 지에 대한 독일어 팁 부터, 제안한 물을 마셔야 할지에 대한 소소한 조언까지 알아두면 은근 든든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대충 이렇구나 짐작할 수 있으면 독일어 면접에 대한 두려움도 좀 줄어들지요. 혹시 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약간의 배짱을 가지고 가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회사측에서도 지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자신들의 한 시간을 투자 할 가치가 있는 사람을 추린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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