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lossplatz Stuttgart


어린이집 방학이란, 삼시세끼 밥 차려드리고 간식제공에 프로그램 진행까지 물 흐르듯 흘러가야 한다는 뜻이다.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기 전에 일단 씻고, 식기세척기 정리하고, 아침 먹은 그릇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려야한다. 아니면 10키로 아이를 한 팔로 안고, 남은 다른쪽 팔로 이걸 해야하니까. 낮잠 주무실 때 간식과 저녁준비를 하면서 작게 팟캐스트 틀어놓을 자유 정도는 있다.

일이 이렇게 예상 가능한 대로 흘러가주면 좋으련만. 캠핑 가서 하루 종일 뛰어놀고 늦게 자도 여섯시반에는 일어나는 아이가, 아프던 날은 일곱시 반에 일어났다. 늦잠 선물을 받은 나는 여유롭게 샤워하고 아침을 차렸으나, 그만큼 아침 시간이 줄어 남편 출근 후 아이를 안고 아침 집안일을 해야했다. 늦게 일어난 만큼 늦게 주무셨는데, 그 날 따라 남편이 회사일 때문에 밤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하루 꼬박 혼자 놀아준 날도 있었다.


그 외 계획하지 않았던 것들.


1. 아이의 열감기

Dreitagefieber를 앓았다. 덕분에 수영장을 한 번 더 갈 계획이었으나 집 근처에서 비교적 정적인 시간을 한 이틀 보냈다. 아이가 가는 소아과도 여름휴가여서 대리Vertretung 소아과에 방문했다. 열이 38도에서 39도를 왔다갔다 했지만 해열제를 주지 않아도 잘 먹고 잘 놀았다. 이럴 경우 독일에서는 보통 병원에 가지 않는다. 나도 이틀은 그냥 집에 있다가 3일 째 되는 날 예약을 잡아 갔는데 별 문제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독일 소아과는 총 네 곳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는 소아과의 시설이 가장 별로다. 모든 소아과 대기실에는 장난감이 있다. 이번에 간 병원은 장난감도 많고 공간도 넓어서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진료 끝나고도 한참을 더 놀았는데 당최 집에 갈 생각이 없으셨음.


2. 지인들 만나기 Karls Kitchen in Breuninger

아이를 데리고 지인을 만나는건 복불복이다. 일단 약속 시간에 아이 컨디션이 보장되지 않는게 가장 난감하다. 평균적으로 괜찮은 시간으로 약속을 잡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 낮잠을 짧게 자서 기분이 안좋거나, 혹은 아직도 잔다거나, 밥을 천천히 먹는다거나, 옷을 안 입는다거나, 비가 와서 준비를 더 해야한다거나, 나갈 준비는 다 됐는데 핸드폰이 안보인다거나. 약속시간을 맞추기엔 너무나도 많은 변수들이 있다.

이 모든걸 극복하고 약속장소에 도착했으면, 이제 또 시작이다. 요즘은 재접근기라는 18개월을 정공법으로 통과중이라 전에 없던 엄마껌딱지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있어 자주 찾는데, 이번만큼 혼자 가서 놀지 않은 적은 없었다. 덕분에 시간내서 나온 지인들과의 대화는 끊기기 일쑤.

아이 메뉴가 나이 당 50센트인건 더 없는 장점이지만 11시반부터 주문 가능하다.


3. 공원 꼬마기차 Killesberg Bahn

주말에 종종 가는 공원이다. 정원도 예쁘게 가꿔두고, 분수에, 놀이터에, 심지어 작은 동물원도 있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기차가 있는데 1인당 3유로인가. 괜히 비싼것 같아 그동안은 타지 않았다. 방학 이벤트로 한 번 타볼까 계획했었는데, 이 공원으로 가는 지하철 길이 공사중이라 포기. 버스로 갈아타고 갈 수는 있다.


4. 타이 마사지 Jasmin 2 Day Spa

예전에 독일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남편 생일선물로 이 곳 마사지 쿠폰을 줬었다. 한 시간 당 50유로 정도. 방학 첫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을 제대로 쉬어야 다음주도 견딜 수 있다는 논리로 남편의 동의를 얻어 마사지를 받았다. 별 네개, 추천. 회원권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있어도 못 끊겠지만, 그래도 끊고싶다.


5. 베이비 인형

어린이집에는 자기 인형을 들고 등하원 하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 딸은 토끼 인형을 가지고 다닌다. 이유야 각자 다르겠지만, 우리 딸은 하원할 때 마다 어린이집 모래놀이 장난감을 안 놓으려고 해서 그 대용으로 사용한다. 한 아이는 베이비인형을 가지고 다니는가보다. 신발을 갈아신을 때 보면 아이 옆자리에 항상 걔가 있다. 아이는 베이비 베이비 하면서 만지려고 하고.

방학을 잘 보내보기 위한 일환으로 새로운 장난감을 사기로 하고, 베이비 인형을 골랐다. 마음먹고 꽤 값을 줬지만, 썩 잘 가지고 놀지는 않는다. 그래도 다리에 들러붙을 때 관심 돌리기 용으로는 아직은 쏠쏠하다.



Wilhelma Zoologisch-Botanischer Garten Stuttgart


한국의 여름 장마같은 아이 어린이집 방학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내일과 모레, 주말은 남편이 아이를 거의 도맡다시피 하니 이제 남은 여섯시간정도만 버티면 된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8월 말 2주동안 여름방학이었다. 그 외에 부활절 한 주, 성령강림절(Pfingsten) 한 주, 그리고 크리스마스 한 주 방학이 있다. 보통은 어린이집 여름방학에 맞춰 부모들도 휴가를 낸다고 한다. 우리는 올 해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 어떻게 할 지 잘 모르기도 했고, 추석 연휴에 시부모님이 방문하시기로 계획이 되어있어 아이 방학에 꼼짝없이 집에서 있기로 했다. 그 2주가 진즉부터 두려웠던 나는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아이와 함께 할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걸 했다.


1. 캠핑

방학이 시작하던 주말에 시간이 맞는 지인들과 함께 월요일 휴가를 내고 2박3일 캠핑을 떠났다. 예상치 못한 모기의 습격(남편 총 70방, 나 50방, 아이 빵방)과 아이의 식사시간 패턴의 일정함(저녁 그릴을 준비했는데 아이는 원래 다섯시에 먹던 습관을 그대로 유지해, 과자로 저녁을 때우고 정작 고기가 나왔을 땐 발로 그릇을 차버림), 같이 간 가족의 아이의 배탈 등, 방학 시작부터 스펙타클.


2. 빌헬마 동물원

여기는 2주동안 두 번 갔다. 아이가 한창 말이 늘고 있어서 동물들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는데 매우 심하게 좋아했다. 낙타는 보고 낙타인 줄 알고 의외로 염소를 보고 말이라고. 스케일의 부재로 인한 오류. 이제는 소와 염소 울음소리도 다르게 낼 줄 안다. 점심도 동물원 내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먹이고 돌아오는길에 유모차에서 잠들고 집에 도착해서 바로 깸. 돗자리 가지고 갔으면 잔디밭에 눕혀 낮잠자는 동안 나는 좀 쉴 수 있었는데. 까비.


3. Leo-Vetter-Bad 수영장

집 근처의 수영장이 내부 리모델링으로 휴관이어서 30분 우반을 타고 옆동네 수영장에 처음 갔다. 수요일은 Warmbadetag이라 물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 일부러 수요일에 계획했다. 날이 점점 선선해 지고 있었지만, 그 날은 마침 후덥지근했다. 실내수영장 뿐 아니라 야외 잔디밭과 놀이터도 있어서 물놀이와 모래놀이가 동시에 가능. 지역신문에 아이들이 놀기 좋은 수영장으로 여러번 랭킹됐다고 한다.


4. 시립도서관 Stuttgart Stadtbibliothek

한국 건축가가 설계 한 건물. 도서관 외벽에는 한글로 '도서관'이라고도 쓰여있다. 이 지역이 재개발구역이라 내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도서관만 덩그라니 서 있었다. 지금은 백화점, 음식점, 오피스건물들과 잘 어우러져있다.

2층은 모두 아이들 층으로 아이들이 다양한 높이에서 책을 꺼내, 앉아서도 누워서도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딸 아이는 다른 언니오빠들 따라 뛰어다니면서 즐겁게 놀다가만 왔지만. 아, 여기 책 반납시스템도 재미있는데 아이 역시 유리문 너머로 한참을 올려다봤다. 데스크에서 열쇠를 받아 같은 층 기저귀 가는 곳도 사용할 수 있다.


5. 자연사 박물관 Naturkundemuseum am Löwentor

여기는 항상 춥다. 에어콘이 여기보다 빵빵한 공공시설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그 덕분인지 다녀온 날 오후부터 아이는 열이 나기 시작함. 공룡 있고, 고대 물고기들 있고, 아무튼 아이에게 아직은 어려운 세계들이었는데 소리 내면서 뛰어다니는게 즐거워보였다.


6. 슈투트가르트 시립박물관 Wilhelmspalais

역사적, 건축적으로 의미있는 옛날 건물을 최근 리모델링 해 시립박물관으로 개장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매우 유명하고 독일내에서도 아마 꽤 유명 할 Lederer Ragnarsdóttir Oei에서 작업했다. 그 옆 주립도서관도 이 회사에서 증축공사 하는 중.

맨 윗층을 제외하고는 입장료 무료. 재미있는 방법으로 전시한 부분도 있고, 개인적으로 사는 곳의 역사에 흥미가 있어 재미있게 봤다. 물론 아이가 없을 때. 지하는 아이들을 위한 층이다. 슈투트가르트에서 가장 큰 공사인 Stutttgart21을 테마로 한 듯한 공사현장 놀이공간이 주. 쌓으라고 놓아둔 블럭들을 밀면서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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