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아이가 깼다. 한 달에 한 번쯤 그런 날이 있다. 자주 있는건 아니지만, 낮에 너무 피곤했어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가보다 하며 한 시간 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잠드는 그런 밤. 최근엔 장난감 부엌을 들여왔을 때 한번 그랬고, 어제밤도 그랬다. 어제는 어린이집 하원길에 아이 친구이자 나의 친구를 만나 새로운 곳에서 두 시간 쯤 놀다가 집에 들어왔다. 씻지도 않고 자겠다는 아이를 유투브로 겨우 꾀어 샤워를 시키니 저녁도 안 먹고 바로 잠들었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저녁을 즐기는구나 했는데, 조삼모사였네.


아이가 옆에서 찡찡과 조잘조잘을 반복하기에 나는 아침이 됐나 했다. 커튼을 열려고 보니 밖은 아직도 깜깜. 새벽 세시 십오분이다. 침대에 우뚝 서 문을 가리키는 아이를 안고 거실로 나왔다. 안고 왔다갔다 하니 어깨에 머리를 댄다. 손에 들고있던 쪽쪽이도, 입에 물고있던 쪽쪽이도 종종 떨어트린다. 자는줄만 알았는데, 침대에 눕히니 다시 엄마도 부르고 아빠도 부르고 할 줄 아는 단어는 다 한 번씩 말한다.


아이도 나도 깜빡 잠이 들었다 깼다를 한 시간쯤 했을까. 냄새가 난다. 응아 냄새다. 아까 깼을 때 기저귀를 갈아줬는데 만져보니 벌써 묵직하다. 기저귀 갈아줄까? 물어보니 갈지 말란다. 아이가 잠이 들면 갈아야지 하고 기다리고있는데 부르릉 소리가 난다. 엉덩이를 한 껏 치켜든 채로 2차도 성공하셨다. 이제는 기저귀 갈아도 된단다. 자는 남편을 깨워 침대 위에서 조심히 기저귀를 간다. 왕건이다. 사이즈 6인 기저귀를 가득 채웠다. 낮에 하시는 응아를 모두 합한 것 같다. 변의가 있어 한 새벽에 잠에서 깨다니. 역시 아빠딸이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는 소화력이 좋기로 유명하다. 신생아를 막 벗어난 때부터 19개월이 된 지금까지 하루에 세 번 큰 일을 보신다. 일주일에 세 번이 아니라 하루에 세 번. 육아설명서들을 읽어보면 일주일정도 변을 보지 않는 아이도 있는지 걱정 말라고 쓰여있던데, 아이는 지금까지 한 번인가 이틀 정도 안 본 적은 있다. 소아과에 가서도 하루에 세 번 한다고 하니, 의사선생님은 '일주일을 하루라고 잘 못 얘기한거겠지' 하는 눈치였다. 아 예예. 추가로 새 기저귀에 응아하는걸 더 선호하신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기저귀 다 갈고 난 후 우리 딸은 한 번 더 갈아준다고.


번거롭긴 하지만, 육아에서 똥기저귀 치우는건 사실 발톱의 때 만큼 번거롭다. 잘 먹고 잘 싸줘서 고마울 뿐이다. 아침에 아빠를 찾길래 화장실에 있다고 하니 자기도 응아하는 자세를 취한다. 때 맞춰 방귀도 부르릉 나온다. 방귀가 나왔다고 입으로 부르릉 소리도 낸다. 오늘도 새로운 개인기만큼 더 자라는구나.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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