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한 살이 되고, 그 다음주부터 아이는 하루에 평균 일곱시간을 어린이집에 있었다. 이제 곧 만 세살이 되니,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의 절반은 어린이집에서 보내지 않았을까.

한국인 부모를 가진 독일에서 태어난 딸은, 어린이집에서 놀이시간 이상의 것을 얻었다. 걸음마를 배웠고, 기저귀를 뗐다. 밥은 의자에 앉아 식탁에서 먹고, 언니, 오빠, 그리고 동생들과 같이 노는 법을 배웠다. 독일어를 배웠고, 한국어를 알려줬다.

가족들의 도움이 없이 아이를 키운다는건, 아이가 부모 외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과 동의어라고 생각했다. 어린이집 등원 첫 날부터 이런 생각은 야금야금 무너졌다. 딸의 첫 담당선생님이었던 라리사는 초보엄마인 나에게 무례하지 않게 다가왔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 뿐 아니라, 독일에서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정보들도 조심히 알려줬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보호자 사이의 신뢰를 넘어, 독일인에게 닫혀있던 나의 마음도 열게했다. 그 후 담당선생님인 니콜도 딸의 정서적, 신체적, 언어적인 발달을 면밀히 관찰해 알려줬다. 아침에 반에 들어갈 때면 햇살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도 얘기했다. 집에서, 어린이집에서 잘 성장하고 있구나, 뿌듯하고 안정된 마음이 들었다.

월요일이면 그런 어린이집에서 아이는 마지막 날을 보내게 된다. 자기는 이제 언니가 된다며 빨리 유치원 가고싶다고 얘기하는 딸. 유치원에 가면 어린이집은 더이상 못 간다니까, 그래도 자기는 유치원이 좋다고 얘기하는 딸. 나는 좀 아쉽다. 그 마음을 잘 다듬어 작별파티 준비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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