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시에 아이가 깼다. 영아시절 보통 기상시간이긴 했다만... 오늘은 엉엉 울면서 추피를 찾는다. 아이가 울어도 꿈쩍않는 남편을 깨워 거실에서 추피 책을 가져오게했다. 다섯 권을 읽는 동안 잠이 다 달아나버린 아이와 함께, 네시 반 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요 며칠은 아침 스트레칭으로 시작했지만 오늘은 불가능하니 패스. 다음 스케줄은 식기세척기 정리다. 부엌에 가니, 어제 새 집 손님맞이 흔적이 아직도 그대로다. 아이는 조리대에 앉아 남은 과자를 먹고, 나는 그 아래서 깨끗해진 접시들을 옮긴다.

집들이라고 부를 것도 없이 어제는 아주 간소했다. 남편은 저녁 떡국을, 나는 간식 머핀을 맡았다. 오전에 아이와 구운 바나나 초코 머핀에 차와 커피를 마시고 거기에 뜨거운 물 몇 번, 그리고 버터링 쿠키를 추가했다.

지난 달 아이 생일에 어린이집에 보낼 레인보우 머핀을 만들 때 머핀믹스 몇 박스를 사왔었다. 시판 믹스를 기본으로 색소를 추가해 만들었었다. 마트에 있는 바닐라 머핀 믹스는 초코칩이 든 것 밖에 없었어서 집에 초코칩만 몇 봉지 남아있었다. 그 후로 주말에 시간이 나면 아이와 초코 바나나머핀을 만들었다. 아이가 매일 한 입 만 먹고 남기는 냉장고에 보관중인 바나나들과 함께.

집에서 만든 머핀은 부푼게 유지되지 않고 폭신폭신하지 않은게 항상 문제다. 쫀득쫀득 한 식감도 뭐 나쁘진 않지만, 납작한 머핀은 예쁘지가 않잖아. 버터, 계란, 우유를 실온에도 놔둬보고, 가루류를 열심히 체 쳐 보기도 하고, 최대한 덜 저어보기도 했지만 딱히 차이점이 없었다. 베이킹파우더가 과하면 쓴 맛이 난다기에 그건 마지막 보루로 두었다가 어제 시도 해 보았다. 최소 세 개의 바나나가 필욘한데, 두 개 뿐이길래 설탕을 좀 더 넣었었다. 그게 쓴맛을 좀 덮어주길 바라며.

오븐에서 막 나온 머핀은 비주얼이 비슷하다. 노릇노릇 구워진 윗 면에 예쁘게 갈라진 노오란 틈이 보이는. 어제는 왠일로 식었는데도 많이 가라앉지 않았다. 손님이 오기 전에 아이와 남편과 앉아 두 개를 나눠 먹었는데, 속이 폭신폭신한게 아닌가! 나의 머핀 역사에 처음 있는 일. 속이 부드러우니
머핀 뚜껑이 바삭한게 더 두드러진다. “어떻게 한거야?” 남편이 물어본다. “나도 모르지... 다음번에도 바나나 두 개와 베이킹파우더 많이 레시피로 해 보긴 할게...”

머핀이 성공 한 덕분에 손님맞이 부담이 좀 줄었다. 그래도 집들이 선물, 아이에게 물려줄 옷을 바리바리 챙겨 오는 지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엔 너무나 부족했다. 고모, 이모, 삼촌, 오빠가 놀러오니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손님이 가고 나서도 그 흥이 가라앉지 않아 어제 밤 늦게서야 잠이 들었고, 흐트러진 리듬 탓인지 그래서 이 새벽에 한 번 깬 것 같다.

과자를 먹고 아침을 먹겠다는 아이에게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줬는데, 몇 숟가락 먹더니 자러간단다. 쪽쪽이를 찾아 자는 아빠 옆으로 슬슬 간다. 다섯시 반. 혼자 자는가 싶더니 낑낑한다. 무릎에 눞혀 재운다. 깊게 잠든 것 같아 침대에 내려놓는다. 여섯시. 이렇게 한 주도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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