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아이가 깼다. 한 달에 한 번쯤 그런 날이 있다. 자주 있는건 아니지만, 낮에 너무 피곤했어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가보다 하며 한 시간 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잠드는 그런 밤. 최근엔 장난감 부엌을 들여왔을 때 한번 그랬고, 어제밤도 그랬다. 어제는 어린이집 하원길에 아이 친구이자 나의 친구를 만나 새로운 곳에서 두 시간 쯤 놀다가 집에 들어왔다. 씻지도 않고 자겠다는 아이를 유투브로 겨우 꾀어 샤워를 시키니 저녁도 안 먹고 바로 잠들었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저녁을 즐기는구나 했는데, 조삼모사였네.


아이가 옆에서 찡찡과 조잘조잘을 반복하기에 나는 아침이 됐나 했다. 커튼을 열려고 보니 밖은 아직도 깜깜. 새벽 세시 십오분이다. 침대에 우뚝 서 문을 가리키는 아이를 안고 거실로 나왔다. 안고 왔다갔다 하니 어깨에 머리를 댄다. 손에 들고있던 쪽쪽이도, 입에 물고있던 쪽쪽이도 종종 떨어트린다. 자는줄만 알았는데, 침대에 눕히니 다시 엄마도 부르고 아빠도 부르고 할 줄 아는 단어는 다 한 번씩 말한다.


아이도 나도 깜빡 잠이 들었다 깼다를 한 시간쯤 했을까. 냄새가 난다. 응아 냄새다. 아까 깼을 때 기저귀를 갈아줬는데 만져보니 벌써 묵직하다. 기저귀 갈아줄까? 물어보니 갈지 말란다. 아이가 잠이 들면 갈아야지 하고 기다리고있는데 부르릉 소리가 난다. 엉덩이를 한 껏 치켜든 채로 2차도 성공하셨다. 이제는 기저귀 갈아도 된단다. 자는 남편을 깨워 침대 위에서 조심히 기저귀를 간다. 왕건이다. 사이즈 6인 기저귀를 가득 채웠다. 낮에 하시는 응아를 모두 합한 것 같다. 변의가 있어 한 새벽에 잠에서 깨다니. 역시 아빠딸이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는 소화력이 좋기로 유명하다. 신생아를 막 벗어난 때부터 19개월이 된 지금까지 하루에 세 번 큰 일을 보신다. 일주일에 세 번이 아니라 하루에 세 번. 육아설명서들을 읽어보면 일주일정도 변을 보지 않는 아이도 있는지 걱정 말라고 쓰여있던데, 아이는 지금까지 한 번인가 이틀 정도 안 본 적은 있다. 소아과에 가서도 하루에 세 번 한다고 하니, 의사선생님은 '일주일을 하루라고 잘 못 얘기한거겠지' 하는 눈치였다. 아 예예. 추가로 새 기저귀에 응아하는걸 더 선호하신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기저귀 다 갈고 난 후 우리 딸은 한 번 더 갈아준다고.


번거롭긴 하지만, 육아에서 똥기저귀 치우는건 사실 발톱의 때 만큼 번거롭다. 잘 먹고 잘 싸줘서 고마울 뿐이다. 아침에 아빠를 찾길래 화장실에 있다고 하니 자기도 응아하는 자세를 취한다. 때 맞춰 방귀도 부르릉 나온다. 방귀가 나왔다고 입으로 부르릉 소리도 낸다. 오늘도 새로운 개인기만큼 더 자라는구나. 고마워, 사랑해.

Schlossplatz Stuttgart


어린이집 방학이란, 삼시세끼 밥 차려드리고 간식제공에 프로그램 진행까지 물 흐르듯 흘러가야 한다는 뜻이다.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기 전에 일단 씻고, 식기세척기 정리하고, 아침 먹은 그릇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려야한다. 아니면 10키로 아이를 한 팔로 안고, 남은 다른쪽 팔로 이걸 해야하니까. 낮잠 주무실 때 간식과 저녁준비를 하면서 작게 팟캐스트 틀어놓을 자유 정도는 있다.

일이 이렇게 예상 가능한 대로 흘러가주면 좋으련만. 캠핑 가서 하루 종일 뛰어놀고 늦게 자도 여섯시반에는 일어나는 아이가, 아프던 날은 일곱시 반에 일어났다. 늦잠 선물을 받은 나는 여유롭게 샤워하고 아침을 차렸으나, 그만큼 아침 시간이 줄어 남편 출근 후 아이를 안고 아침 집안일을 해야했다. 늦게 일어난 만큼 늦게 주무셨는데, 그 날 따라 남편이 회사일 때문에 밤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하루 꼬박 혼자 놀아준 날도 있었다.


그 외 계획하지 않았던 것들.


1. 아이의 열감기

Dreitagefieber를 앓았다. 덕분에 수영장을 한 번 더 갈 계획이었으나 집 근처에서 비교적 정적인 시간을 한 이틀 보냈다. 아이가 가는 소아과도 여름휴가여서 대리Vertretung 소아과에 방문했다. 열이 38도에서 39도를 왔다갔다 했지만 해열제를 주지 않아도 잘 먹고 잘 놀았다. 이럴 경우 독일에서는 보통 병원에 가지 않는다. 나도 이틀은 그냥 집에 있다가 3일 째 되는 날 예약을 잡아 갔는데 별 문제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독일 소아과는 총 네 곳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는 소아과의 시설이 가장 별로다. 모든 소아과 대기실에는 장난감이 있다. 이번에 간 병원은 장난감도 많고 공간도 넓어서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진료 끝나고도 한참을 더 놀았는데 당최 집에 갈 생각이 없으셨음.


2. 지인들 만나기 Karls Kitchen in Breuninger

아이를 데리고 지인을 만나는건 복불복이다. 일단 약속 시간에 아이 컨디션이 보장되지 않는게 가장 난감하다. 평균적으로 괜찮은 시간으로 약속을 잡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 낮잠을 짧게 자서 기분이 안좋거나, 혹은 아직도 잔다거나, 밥을 천천히 먹는다거나, 옷을 안 입는다거나, 비가 와서 준비를 더 해야한다거나, 나갈 준비는 다 됐는데 핸드폰이 안보인다거나. 약속시간을 맞추기엔 너무나도 많은 변수들이 있다.

이 모든걸 극복하고 약속장소에 도착했으면, 이제 또 시작이다. 요즘은 재접근기라는 18개월을 정공법으로 통과중이라 전에 없던 엄마껌딱지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있어 자주 찾는데, 이번만큼 혼자 가서 놀지 않은 적은 없었다. 덕분에 시간내서 나온 지인들과의 대화는 끊기기 일쑤.

아이 메뉴가 나이 당 50센트인건 더 없는 장점이지만 11시반부터 주문 가능하다.


3. 공원 꼬마기차 Killesberg Bahn

주말에 종종 가는 공원이다. 정원도 예쁘게 가꿔두고, 분수에, 놀이터에, 심지어 작은 동물원도 있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기차가 있는데 1인당 3유로인가. 괜히 비싼것 같아 그동안은 타지 않았다. 방학 이벤트로 한 번 타볼까 계획했었는데, 이 공원으로 가는 지하철 길이 공사중이라 포기. 버스로 갈아타고 갈 수는 있다.


4. 타이 마사지 Jasmin 2 Day Spa

예전에 독일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남편 생일선물로 이 곳 마사지 쿠폰을 줬었다. 한 시간 당 50유로 정도. 방학 첫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을 제대로 쉬어야 다음주도 견딜 수 있다는 논리로 남편의 동의를 얻어 마사지를 받았다. 별 네개, 추천. 회원권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있어도 못 끊겠지만, 그래도 끊고싶다.


5. 베이비 인형

어린이집에는 자기 인형을 들고 등하원 하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 딸은 토끼 인형을 가지고 다닌다. 이유야 각자 다르겠지만, 우리 딸은 하원할 때 마다 어린이집 모래놀이 장난감을 안 놓으려고 해서 그 대용으로 사용한다. 한 아이는 베이비인형을 가지고 다니는가보다. 신발을 갈아신을 때 보면 아이 옆자리에 항상 걔가 있다. 아이는 베이비 베이비 하면서 만지려고 하고.

방학을 잘 보내보기 위한 일환으로 새로운 장난감을 사기로 하고, 베이비 인형을 골랐다. 마음먹고 꽤 값을 줬지만, 썩 잘 가지고 놀지는 않는다. 그래도 다리에 들러붙을 때 관심 돌리기 용으로는 아직은 쏠쏠하다.



Wilhelma Zoologisch-Botanischer Garten Stuttgart


한국의 여름 장마같은 아이 어린이집 방학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내일과 모레, 주말은 남편이 아이를 거의 도맡다시피 하니 이제 남은 여섯시간정도만 버티면 된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8월 말 2주동안 여름방학이었다. 그 외에 부활절 한 주, 성령강림절(Pfingsten) 한 주, 그리고 크리스마스 한 주 방학이 있다. 보통은 어린이집 여름방학에 맞춰 부모들도 휴가를 낸다고 한다. 우리는 올 해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 어떻게 할 지 잘 모르기도 했고, 추석 연휴에 시부모님이 방문하시기로 계획이 되어있어 아이 방학에 꼼짝없이 집에서 있기로 했다. 그 2주가 진즉부터 두려웠던 나는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아이와 함께 할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걸 했다.


1. 캠핑

방학이 시작하던 주말에 시간이 맞는 지인들과 함께 월요일 휴가를 내고 2박3일 캠핑을 떠났다. 예상치 못한 모기의 습격(남편 총 70방, 나 50방, 아이 빵방)과 아이의 식사시간 패턴의 일정함(저녁 그릴을 준비했는데 아이는 원래 다섯시에 먹던 습관을 그대로 유지해, 과자로 저녁을 때우고 정작 고기가 나왔을 땐 발로 그릇을 차버림), 같이 간 가족의 아이의 배탈 등, 방학 시작부터 스펙타클.


2. 빌헬마 동물원

여기는 2주동안 두 번 갔다. 아이가 한창 말이 늘고 있어서 동물들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는데 매우 심하게 좋아했다. 낙타는 보고 낙타인 줄 알고 의외로 염소를 보고 말이라고. 스케일의 부재로 인한 오류. 이제는 소와 염소 울음소리도 다르게 낼 줄 안다. 점심도 동물원 내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먹이고 돌아오는길에 유모차에서 잠들고 집에 도착해서 바로 깸. 돗자리 가지고 갔으면 잔디밭에 눕혀 낮잠자는 동안 나는 좀 쉴 수 있었는데. 까비.


3. Leo-Vetter-Bad 수영장

집 근처의 수영장이 내부 리모델링으로 휴관이어서 30분 우반을 타고 옆동네 수영장에 처음 갔다. 수요일은 Warmbadetag이라 물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 일부러 수요일에 계획했다. 날이 점점 선선해 지고 있었지만, 그 날은 마침 후덥지근했다. 실내수영장 뿐 아니라 야외 잔디밭과 놀이터도 있어서 물놀이와 모래놀이가 동시에 가능. 지역신문에 아이들이 놀기 좋은 수영장으로 여러번 랭킹됐다고 한다.


4. 시립도서관 Stuttgart Stadtbibliothek

한국 건축가가 설계 한 건물. 도서관 외벽에는 한글로 '도서관'이라고도 쓰여있다. 이 지역이 재개발구역이라 내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도서관만 덩그라니 서 있었다. 지금은 백화점, 음식점, 오피스건물들과 잘 어우러져있다.

2층은 모두 아이들 층으로 아이들이 다양한 높이에서 책을 꺼내, 앉아서도 누워서도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딸 아이는 다른 언니오빠들 따라 뛰어다니면서 즐겁게 놀다가만 왔지만. 아, 여기 책 반납시스템도 재미있는데 아이 역시 유리문 너머로 한참을 올려다봤다. 데스크에서 열쇠를 받아 같은 층 기저귀 가는 곳도 사용할 수 있다.


5. 자연사 박물관 Naturkundemuseum am Löwentor

여기는 항상 춥다. 에어콘이 여기보다 빵빵한 공공시설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그 덕분인지 다녀온 날 오후부터 아이는 열이 나기 시작함. 공룡 있고, 고대 물고기들 있고, 아무튼 아이에게 아직은 어려운 세계들이었는데 소리 내면서 뛰어다니는게 즐거워보였다.


6. 슈투트가르트 시립박물관 Wilhelmspalais

역사적, 건축적으로 의미있는 옛날 건물을 최근 리모델링 해 시립박물관으로 개장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매우 유명하고 독일내에서도 아마 꽤 유명 할 Lederer Ragnarsdóttir Oei에서 작업했다. 그 옆 주립도서관도 이 회사에서 증축공사 하는 중.

맨 윗층을 제외하고는 입장료 무료. 재미있는 방법으로 전시한 부분도 있고, 개인적으로 사는 곳의 역사에 흥미가 있어 재미있게 봤다. 물론 아이가 없을 때. 지하는 아이들을 위한 층이다. 슈투트가르트에서 가장 큰 공사인 Stutttgart21을 테마로 한 듯한 공사현장 놀이공간이 주. 쌓으라고 놓아둔 블럭들을 밀면서 놀았다.


​아침에 등떠밀듯 남편과 아이를 보내고 커피를 내리다 문득, 커피향이 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유리잔에 얼음 가득 넣고 에스프레소를 내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마셨는데, 지금은 카페크레메를 내리고 있다. 노말 카페. 그러고보니 아침 메뉴가 홈메이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밀카 초코렛에서 카페 크레메와 버터쿠키로 바꼈네. 날씨가 선선해진게 여기서도 보이는구나.

한국 못지않게 덥던 날씨가 3주동안 지속되더니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아침저녁으론 꽤 서늘하다. 더위가 가시던 날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집에 오던 길. 집 앞 지하철 역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데, 밖으로 나와도 어두운게 아닌가. 해를 피하려고 아이 모자를 씌우는 중이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바람이 바람이! 모래먼지가 같이 날려서 눈은 게슴츠레하게 떠야했고, 아이를 감싸느라 정신없는 와중. 옆 카페 테이블에 놔둔 설탕병인지가 우르르 쿠당쿠당. 아, 이건 바람소리인가. 그래도 다행이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오전에 겉옷 빨래를 발코니에 널어두지 않아서.

​아이구, 커피 다 식겠다. 난 그럼 이만 선선한 날씨를 즐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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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이 면접과 관련된 정보만 나열한 글이 된 것 같아 추가 글을 써보려합니다.




회의실에 들어가서 나에게 앉고싶은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이 사람, 말은 그렇게 해도 내가 앉으면 좋을 자리는 여기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할텐데. 도데체 그 정답 자리는 어디냔 말이야. 동양적 수직관계 마인드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안다. 표현하지는 않지만 여기도 그런데 만만치 않게 깐깐하다는거. 면접 시작하기도 전에 내 마음이 편한 자리를 찾아야 하는 퀘스트부터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 추가요.


스펙쌓기 용이 아니었는데. 이 나이 먹도록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는게 한심해서, 학업에 지쳐서 잠시 쉬기 위해 했던 일이었는데. 학생아르바이트생으로 얼마동안, 그리고 무슨 일을 했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인턴증명서는 안 봐도 된다고. 내가 뭘 했는지, 나름의 추천사도, 여기에 아주 잘 써있는데. 내가 안한 일을 했다고 뻥치고 있는거면 어쩌려고.


그래도 적어도 계약서 쓰기 전에 공신력있는 증명서들은 봐야 하는거 아니야? 내가 여기 졸업했다고 뻥치는거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쯧쯧.


졸업작품은 그래서 맘에 드냐고 묻는 질문에는 정말 당황했다. 아니, 나에게 돈을 주고 일을 시킬 사람으로써, 나를 어디에 써 먹을지 결정할 때 도움되는 질문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 내 자존감까지 챙겨주시는 오지랖. 칭찬해. 그런데 아닌게 아니라 내가 졸업작품 발표 하던 날에도, 오랫만에 만나는 독일 친구들은 그래서 만족하냐고 종종 물어보더랬다. 그 때야 끝나고 훌훌 털 수 있었으니 당연히 만족하지. 근데 사람이란 뒤돌아보면 후회하는 동물 아니었어? 나만 그렇니. 세상에 나온지 이제 반년 된 아이 데리고 졸업하는게 생각보다 쉬울리가. 목표를 졸업에 두고, 좀 눈에 밟히는 부분도 넘어갔는데. 그 상황에 최선을 다했다고해도, 다시 돌아가도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도, 그래도 어떻게 내 작품에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독일 설계사무소 면접은 한시간즈음에 걸쳐 보통 이렇게 진행됩니다.


1. 회사에 가서 제일 먼저 마주치는 사람에게 이름을 대며 면접보러왔다고 말하기.

2. 회의실로 안내를 받고 음료를 제안받음.

3. 자리를 내가 골라서 앉음.

3. 면접자가 회의실로 들어와 인사(악수)를 함.

4. 자기소개를 하고 포트폴리오 설명을 함 + 질의응답

5. 회사에 대한 소개를 들음 + 질의응답

6. 언제까지 연락을 줄 지 날짜를 정함

(슈투트가르트 설계사무소들은 합격, 불합격 여부와는 별개로 면접을 본 후 내가 이 회사에서 일 하고싶은지 아닌지를 회사측에 먼저 알립니다.)

7. 회사 둘러보기.






1. 포트폴리오 설명하기


저는 슈투트가르트에서 건축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여기서 독일어를 배우면서 입학하기 전에 한 번, 학업중에 한 번, 총 두 곳의 설계사무소에서  Werkstudent(학생아르바이트생)으로 일을 했었습니다. 그때도 독일어로 면접을 봤었기에 대충 어떻게 진행될지 감이 있었죠. 독일어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건 포트폴리오에 넣은 프로젝트 설명입니다. 어떤 프로젝트 설명을 원하는지는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이번 포트폴리오에는 석사 졸업작품이 있기에 그걸 가장 많이 준비했어요. 


준비란, 독일어 스크립트를 써서 여러번 집중해서 읽는겁니다. 간단하게 프로젝트 전체를 설명하면 인터뷰 담당자가 궁금한걸 더 물어봅니다. 생각치 못한 질문을 받을 때를 대비해, 다양한 독일어 단어를 머리속에 가지고 있는게 좋겠지요. 그래도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엔 '졸업작품에 대해서 담당교수가 어떤 크리틱을 했는지' 물어봤을 때 제일 당황했어요. 그래서 생각이 잘 안나는데... 하고 운을 띄웠더니 그걸 기억 못하면 어떡하냐며. 그래도 뒤이어 이것저것 주워섬겼습니다 ㅎ


면접에 저는 제가 출력한 포트폴리오를 가져갔습니다. 한 부만 만들어서 면접때마다 가지고 다녔어요. 이미 메일로 제 포트폴리오를 보냈었기때문에 미리 출력 해 둔 회사가 두 곳, 제 포트폴리오를 같이 본 회사가 두 곳 이었습니다. 그리고 면접이 끝나고 두고 가겠느냐고 물어 본 회사가 한 곳 있었습니다. 포트폴리오 외에 졸업장, 성적표, 인턴증명서를 가지고 갔었는데 보자고 하는데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2. 회사에 대한 질문


저에겐 프로젝트의 만족감 보다는 일하는 조건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가 있어서도 그렇지만,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그리고 왠만한 프로젝트에서는 흥미로운 부분을 잘 찾는 편이구요. 제가 면접시 꼭 물어봐야겠다고 적어놓은 것들입니다.


1. 월급

2. 근무시간, 휴가일

3. AiP 지원 여부


4.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

5. 내가 어떤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될 것인지


월급과 근무시간, 휴가일, AiP 지원 여부는 슈투트가르트에 떠도는 기준이 있습니다. 회사 규모나 분위기에 따라 좀 더 주고 덜 주긴 하지요. 그리고 외국인 핸디캡도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관한 질문은 사실 렌더링을 내부에서 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해 듣고싶어 우회적으로 물어본 질문이구요.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도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부서에서 일을 할 지, 어느 단계에서 일을 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3. 엄마인 지원자


처음 자기소개를 할 때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다고는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선입견 없이 포트폴리오를 봐 주길 바랬거든요. 미리 포트폴리오를 훑어 본 한 회사에서는 졸업 후 약 일년의 시간이 있는데 그 동안 무엇을 했느냐 물어봐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했습니다. 이는 곧 다른 회사들은 졸업 후 공백이 있었다는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얘기죠. 대신 다른 회사 면접에서는 일 시작할 수 있는 날짜를 얘기하면서 엄마임을 밝혔습니다.


거의 모든 회사는 자기 회사에도 젊은 엄마들이 있고, 아이가 아플경우 서로 얘기해서 쉴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일단 겉으로는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상이 어떨는지는 사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직접 듣지 않는 이상은 잘 모르지만요. 뉘앙스와 그 때의 분위기, 회사 전반의 느낌을 보고 스스로 판단해야하는 부분입니다.






매우 유용했던 유투브 채널입니다. 


https://youtu.be/SDBcq_gYEbM


어떻게 월급 얘기를 꺼내야 할 지에 대한 독일어 팁 부터, 제안한 물을 마셔야 할지에 대한 소소한 조언까지 알아두면 은근 든든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대충 이렇구나 짐작할 수 있으면 독일어 면접에 대한 두려움도 좀 줄어들지요. 혹시 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약간의 배짱을 가지고 가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회사측에서도 지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자신들의 한 시간을 투자 할 가치가 있는 사람을 추린거니까요.


제가 사는 슈투트가르트에는 설계사무소가 참 많습니다. 교수님들 말을 빌리자면 프랑스 전체의 설계사무소 수 만큼 있다고 하지요. 하지만 가고싶다거나 잘 한다는 생각이 드는 설계사무소는 드물다는게 다수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학교 친구들에게 졸업 후 일하고 싶은 곳을 물어보면 많이들 스위스라고 대답하더라구요. 저도 스위스를 가면 좋겠다고 상상은 해 보았지만 현실적인 이유들로 슈투트가르트에서 직업을 구하기로 합니다. 하나, 남편의 일. 둘, 아이와 함께 이사함으로써 생기는 부수적인 일 들. 어린이집 자리 찾기, 아이와 함께 도시 적응하기, 이사할 집 찾기 등.



1. 회사 고르기


제가 지원한 설계사무소들은 아래의 조건을 충족합니다.


1. 집에서 가깝거나,

2. 아이 어린이집에서 가까울 것.

3. 그리고 프로젝트들이 너어어무 구리지 않을 것.


아이를 등원시키고 다시 회사를 가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곳으로 지원했어요. 프로젝트의 매력도 항목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면접을 보고 난 후 결정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회사의 실제 모습에 비해 홈페이지가 별로인 경우도 많거든요.


모집공고는 www.competitionline.com 에서 확인하거나,

대학교 벽보를 확인하거나,

사무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일일이 확인을 합니다.

그리고 공고가 없는 곳에도 지원을 했어요.


집 에서 어린이집 사이에 있는 사무실의 홈페이지는 모두 다 들어가 본 것 같아요. 구글맵으로 검색해서 들어가봤으니까요. 이렇게 시간을 들여 찾아보며 알게된 건, 슈투트가르트에 생각보다 매력적인 사무실이 많다는 거! 복지와 프로젝트 수준이 모두 괜찮아 보이는 곳도 종종 있었고, 심지어 스위스 사무실인가 싶을정도로 멋진 곳도 발견했어요.


학교 벽에 붙어있는 모집 공고문들



2. 포트폴리오 보내기


모든 회사에 이메일로 포트폴리오를 보냅니다. 이 때 포트폴리오 용량에 제한이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가 있습니다. 10MB 제한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5MB, 2MB(여긴 지원을 결국 안함)도 있었습니다. 10MB와 5MB 포트폴리오를 각각 만들어 놓고 회사에 맞춰서 보냈습니다.


포트폴리오는

1. Motivation : 간략한 내 소개

2. CV

3. 프로젝트 4개 : 석사졸업작품, 스튜디오작품 2개, 학사졸업작품

로 구성했습니다.


메일 내용은 간단한 제 소개와, 너희 회사에 지원하니 첨부한 포트폴리오를 봐 달라라고 써 보냈습니다.



3. 면접 스케줄과 아이 스케줄


포트폴리오를 보내고 나서 1-2일 내에 답 메일을 통해 면접 날짜를 받았습니다. 면접 날짜는 메일 받은 날 기준으로 이틀 후 부터 열흘 내에 있었어요.


그런데 다들 아이가 어린이집 다녀온 후인 저녁즈음의 시간을 주더군요. 퇴근시간 전이나 일에 휴식이 필요할 때 면접을 하나봐요. 이해는 되지만, 여간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었죠. 다른 도움 없이 남편과 둘이 육아하는 입장에서 당장 아이를 맡길데가 필요해졌으니까요. 한국에 있는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얼굴이 아쉬움 가득 안고 떠오릅니다. 남편이 매번 일찍 퇴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친구들은 멀리 살거나, 아이 다루기 어색한 학생 아니면 직장인이고...


면접 날짜를 받았다는 기쁨도 잠시, 현실적인 걱정이 시작됩니다. 이 일이 앞으로 다가올 문제들의 복선 같기도 했어요.

해외에서 맞벌이 하며 아이를 키울 때 생기는, 내 선에서 적당히 처리하기 힘들 상황들이요. 회사에 아쉬운 소리 해야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고, 아이에게 미안하고...


회사에 상황을 설명하고 면접시간을 조정 해 볼까를 제일 먼저 생각했습니다. 구글에 검색 해 보니,

1. 내가 아프거나

2. 아이가 아픈경우

가 아니고는 면접 시간을 따로 변경하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이 역시 면접 보기도 전에 회사에 개인적인 요청을 하는게 싫어 조정은 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래서 총 네 개의 면접 중 

남편이 일찍 퇴근한게 한 번,

지인에게 맡긴게 한 번,

어린이집에서 늦게 픽업한게 한 번 이었고,

회사측에서 급히 면접 스케줄을 변경해야겠다고 연락이와서 협의 후 오전에 면접을 본 게 한 번 이었습니다.






한국에서나 독일에서나 취준생이었던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근데 육아 하면서는 또 다른 이야기더라구요.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볼때 내가 그렸던건 뿌연 이미지였다는걸, 직접 경험 해 보니 비로소 알게됩니다.


어렵고 힘들고 때론 무기력한 시간들이었지만, 당신과 나의 시간이 항상 그랬듯 뒤 돌아보면 꽤 잘 하고 있었잖아요. 지금 이 시간들을 좌절 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애써 밝게 포장 할 필요도 없고, 나중에 맥주 한 잔 하면서 기억이 떠오를 때를 위해 평가는 뒤로 미뤄요. 이 시간을 살아내는 당신이 그리고 내가 기특 할 뿐.


반갑습니다!


독일에 살고있는 30대 여성이자, 아내이자, 엄마인 엄마건축가입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미래(?) 건축가이고요. 두 달 후에 첫 출근입니다!


첫 블로그 포스팅 시리즈는 독일에서 엄마건축가가 되는 첫 걸음에 대해서 쓰려고 합니다. 제 글이 정보전달의 목적이 아니라, 생활중에 떠오른 저의 생각과 의견을 정리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글이란걸 정말 오랫만에 쓰다보니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 점차 나아지길 기대하며 시작 해 봅니다.



1. 독일 엄마가 일하기


한국보다야 낫겠지만 독일에서도 엄마가 일하는건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일단, 독일도 여성의 평균 소득이 남성의 평균 소득보다 적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경제생활에서 여성의 위치나,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있지요.


"같은 직업, 적은 급여" 


아기를 케어하면서 직장을 파트타임으로 다니는 것(예를 들면 8시 출근 3시 퇴근)도 모든 회사에서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게되면 아무래도 자기가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 해 나갈 기회도 적구요. 아이가 아프면 보육기관에 보낼 수 없고, 그러면 아이를 집에서 보살 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주변에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따로 있지 않는 이상 파트타임을 하는 주 양육자가 이 역할을 맡게 되지요. 이 경우엔 회사에 얘기해서 법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독일에서도 역시 회사의 눈치가 보이고, 회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일을 맡기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엄마들은 일을 합니다. 아이가 컸는데도 엄마가 집에 있으면 '그 집 엄청 부자구나. 아빠가 돈을 매우 많이 버는가보다' 하고 생각한대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나중에 이혼할 경우 연금을 부족하지 않게 받으려는 마음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2. 신입이 파트타임..?


한살 반인 저희 딸은 다행히 어린이집에 자리를 구해서 돌이 지나고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습니다. 다섯시 반 까지 하는 어린이집인데 보면 보통 4시 반 전에 데리고 가더라구요. 이 말인 즉, 저도 파트타임을 할 수 있다는거죠.


하지만 문제는 저는 경력이 없다는 것!


공식적으로 파트타임을 뽑는 취업 공고를 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있어도 경력직이거나, 비서직이죠. 파트타임을 뽑는 공고를 유일하게 하나 보았는데, 외곽에 있는 회사여서 파트타임의 장점이 없었습니다. 풍문에 의하면, 풀타임 공고가 뜬 회사에 직접 연락해서 파트타임인데 지원해도 가능성이 있을지 물어보면 긍정적으로 답 할 회사도 있을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면접 보기도 전부터 회사와 내가 동등한 위치가 아닌 상황을 만들어 놓는게 싫어 이 안은 접기로 합니다.



3. 남편과 나, 역할 바꾸기


그리고 제가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남편이 주 양육자가 되기로 결정합니다. 남편도 흔쾌히(?) 그러기로 합니다.

남편은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생활도 해보고 싶었다고. 지금은 남편이 아이를 등원시키며 출근하고 제가 픽업하는 시스템인데, 앞으로는 제가 등원시키고 남편이 픽업해 오후에 아이를 돌보기로 합니다.


일을 시작할 날을 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29개의 회사에 뿌립니다. 제가 주 수입원이 될 예정이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죠.


그리고 총 여섯 개의 인터뷰가 잡혔고,

그 중 네 곳에서 인터뷰를 했고,

네 개의 회사에서 거절 메일을 받았습니다.

1/3에서 피드백이 왔네요.






독일에는 엄마가 일을 하는 것을 지원하는 많은 법적 장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다 보장해주진 않죠.


해외에서 다른 도움 없이 남편과 둘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도 도전이었는데, 이제는 맞벌이까지 하려 합니다. 육아를 통해 다져진 남편과의 팀웍(!)이 큰 도움이 되겠지요. 그 이야기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 또 하기로 하고, 다음 포스팅은 면접과 포트폴리오에 대해 하기로 할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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