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제일먼저 한 일은 작업 할 장소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회사에서 50%로 일을 하고있는지라 정식으로 개인 일을 시작할 수는 없지만, 작업실에서 찬찬히 준비를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인터넷으로 공고을 보고, 한 일이주 자전거로 여기저기 다녀보더니 맘에 드는 곳이 있다며 저에게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처음 저의 반응은 ‘으응... 그래, 좋네’ 였구요. 붉은색 테라코타 바닥과 하얀색 벽을 가진 오래된 건물 땅층에 자리한 사무실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쉐어오피스라 합니다.

주인과 얘기를 해 봤는데, 자기와 생각이 비슷하다고 좋아합니다. 모두가 똑같은 책상과 의자를 가진 쉐어오피스가 아니라 들어오는 사람의 취향이 모여 완성되는 작업실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그 취향 중 하나가 남편의 것이 되는거구요. 총 다섯개의 책상 중 하나를 임대하는건데, 훗 날 자기가 그 다섯개의 책상 모두를 쓰는 (큰) 사무실이 되는 꿈도 얘기합니다. 부엌 겸 식당방은 거실처럼 안락하게 꾸밀 계획이라고도 합니다.

남편은 달떠있습니다. 이렇게 맘에드는 장소가 흔히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매일 올 수 있는 개인 작업실이 있으면 독립 건축가가 되는 준비도 차근차근 할 수 있을 거라구요. 그 부분은 동의하지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좀 앞선건 아닌가 하는 염려도 듭니다. 하지만 첫 시작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결재(!)를 내렸습니다.

남편은 이제 개인 작업실이 생겼습니다!

작업실은 아이의 어린이집과 제 회사 중간에 위치합니다. 주거지역이지만 교차로에 있어 왕래가 제법 있는 길가입니다. 건너편엔 다른 건축사무소와, 광고회사도 이미 자리하고 있구요. 매력적인건, 남편 책상 바로 옆에 방 높이만한 큰 창이 있다는겁니다. 책상에 앉으면 대각선으로 가을이 폴폴 느껴지는 나무들 뒤로 교회 지붕이 살짝 보여요.

아직 책상도 의자도 없는 사무실입니다만, 누가 만들어 놓은 곳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간다는게, 어찌보면 지극히 건축가스러운(!) 방법인 것 같기도 합니다.

취직한지 한 달도 안됐는데 개업이라니 무슨 소리냐 하시겠지만, 이 포스팅 시리즈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고 남편입니다.

한국에서 CC로 같이 건축 공부를 했던 남편은 졸업 후 포트폴리오를 들고 스위스로 떠납니다. 그리고 독일에 일자리를 구하게 되지요. 학부생 때부터 학업에는 뜻이 없던 남편에게 대학원 진학은 계획에 없었습니다. 물론 일을 하면서 미래를 위해(타이틀을 위해) 공부를 더 해야 하나 고민하던 때도 있었지만, 꾸준히 일을 해 지금은 독일 설계사무소 경력 7년차 독일건축가로 일을 하고있습니다. 

학업에는 정말 뜻이 없었지만, 옛날부터 사무실 개소에는 뜻이 많으셨습니다. 그 뜻이 독일에 왔다고 해서 꺾이지 않았고, 학생 때 같이 작업실을 쓰던 선배, 동기들이 사무실을 차리고 자기 설계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자기도 가까운 미래에 사무실을 차려야겠다고 얘기하곤 했죠. 그리고 2018년 10월 드디어 그 미래가 현실이 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현실이 되는 과정을 글로 옮기려 합니다. 제 3자도, 그렇다고 당사자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요. 글은 발행되기 전 당사자의 검열을 거칠 계획이지만, 남편에게 가진 불만을 토로하는 장이 될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어떤 부분에서 우리 부부는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런 위험요소(?)들이 있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도 취직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있지만, 사무실 개소하는데서 일어나는 일들은 속도도 빠르고, 규모도 커보이거든요. 물론 위에 말한 것 처럼 애매한 위치에서 이 사건을 보기 때문일 수 있겠지요. 당사자는 지금 머리가 복잡하겠지만, 저는 반 발짝 떨어져서 보니까요.

이 시리즈의 끝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행복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제부터 이 무모하고 두근두근한 길을 함께 가시는겁니다. 응원 해 주세요!

통장에 월급이 채 꽂히기도 전, 엄마로써 회사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타이밍은 생각보다 일찍 왔다. 밤 사이 아이가 열이 났던 것.


사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엄마'라는 타이틀이 회사에 적응하는데 오히려 도움을 주었다. 대화를 매끄럽게 끌어가는 재주가 없는 나에게 아이는 적절한 주제였다. 내 소개를 좀 더 하다보면, 졸업은 작년에 했는데 왜 이제서야 일을 시작하느냐는 질문이 도출된다. 그럼 아이가 하나 있고, 딸이고, 나이는 한살 반이고, 같이 졸업논문을 쓴 후에 일년동안 아이와 시간을 보냈다고까지 물 흐르듯 대답하게 되는 것이다. 동료들 대부분은 티는 안 내지만 꽤 놀라는 눈치였다. 놀랄만도 하지. 이제 일을 시작하는데 애가 있는 케이스가 독일인들에게도 많지 않은데, 외국에서 공부하겠다고 왔다는 사람이 그 공부가 이제 막 끝났는데 애가 있다고 하니. (여기 사람들에 비해 동양인들은 어려 보인다는 것도 한 몫 한 것 같고. 내가 그래 보였다는게 아니라...) 아무튼 내가 엄마라는걸 알게되면 대화가 끊겼을 때 다시 시작하기는 엄마이기 전 내가 겪었던 것 보다는 쉬웠다. 아이 어린이집 얘기, 언어 얘기, 사춘기가 온 너희 애 얘기, 아이와 휴가 보내는 얘기, 날씨와 감기 얘기...


그리고 엄마라고 하면, 나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도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았다. 말하자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신입으로 들어 온 느낌이랄까.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어제까지만 해도 학생인 애가 아니라, 조금이나마 동지애를 공유하는 사람으로 대하는 것 같은. 뭐 어디까지나 느낌이 그랬다는거다, 느낌이.


애가 있는 학생이었던 시절이 지나고, 주부로써 1년을 보내고, 애가 있는 신입사원이 된 나는 회사에서 아주 날아갈 것 같았다. 이건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육아는 진짜 넘사벽이다. 학업보다, 직장생활보다 비교 할 수 없을만큼 훨배 힘들다. (그리고 이 중에서 나는 아직까지 회사생활이 제일 쉽다.) 일년만에 써보는 프로그램과 전공 관련 머리가 이제 슬슬 적응이 되는가 싶을 무렵, 아이가 열이났다. 날이 급격히 추워지긴 했지만 어제 어린이집도 잘 다녀오고 잠도 잘 잤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어주는데 몸이 좀 뜨끈했다. 잠을 좀 덥게 자서 그런가 했는데 이미 열이 39도. 새벽에 깬 아이 뒤치닥거리 하느라 아직 자고있는 남편을 깨워 이 비보를 알렸다.


내가 일을 시작하면서 남편은 50%로 일을 한다. 9시에 출근해 점심시간 없이 1시에 퇴근하는 직장생활이다. 이렇게 하기로 선택하면서 아이가 아프면 남편이 회사에 얘기해 아이를 케어하기로 말을 맞추긴 했었다. 하지만 막상 이 계획이 현실로 닥치니 난감한 모양이다. 이번주 목요일은 독일 공휴일이라, 샌드위치데이인 금요일은 어린이집이 방학하는 날이다. 그래서 남편이 하루 휴가를 쓰기로 했었는데, 그 휴가를 어제(월요일)에 냈다는거다. (아니, 그 날 어린이집 방학이라고 얘기 한 지가 언젠데...) 오늘, 내일 아이 때문에 못간다고 회사에 얘기하면, 화요일부터 쭉 쉬고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하게 되는건데, 하필 어제 금요일 휴가를 내 놓고 와서, 계획적으로 아이가 아프게 된 것 같은 뉘앙스라는거다. 그래서 내일 아이 열이 내리면 어린이집에 보내도 되는지 물어보겠단다. (하이고, 어린이집 1도 모르는 소리 하시네.) 어린이집 전화해서 그 말도 꺼내기 전에 내일도 오면 안된다는 소리 듣고 시름에 빠져있는 남편에게 얘기했다. 그럼 하루는 내가 회사에 못 간다고 할게.


나의 성취보다는 가족의 행복이 내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처음 회사를 골랐었는데, 지금이 또 한번 가족의 평화를 선택할 순간이야, 라고 생각했다. 사실 반은 기분 맞춰주려고 한 얘기였는데 남편이 그걸 덥썩 물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남편이 다니는 회사보다 규모가 크고, 그런 부분에서 좀 자유롭긴 하다만, 나 아직 첫 월급도 안 들어왔는데... 


회사에 출근해서 앞 자리 사수(?)에게 얘기했다. 아이가 열이 나서 내일 집에 있고 싶은데 팀장한테 얘기하면 되냐고, 일단 너한테 얘기하는거라고. 막상 말을 꺼내려니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아 질러버렸다. 그랬더니 팀장한테 얘기하면 된다면서 아이가 많이 아프냐고, 자기 아들 놀이방 애들도 다 아프다고, 이 날씨에 안 아플 애들이 없다는 무심한 듯 따뜻한 대답이 돌아왔다. 팀장(이자 임원단)은 너가 아픈걸로 등록을 하게 되면 간단하긴 한데 나중에 너가 아팠을 때 사용하지 못 할 수도 있으니 어떻게 해야하는건지는 알아보라는 대답을 들었다. 쿨하게 당연히 내일 안나와도 된다고 했지만, 자기는 한번도 써 본 적이 없다고 말을 덧붙이며 보인 어색한 웃음이 자꾸 생각났다. 모르는 부분이라 민망해서 그랬던걸까.


우리 층에는 남편처럼 아이 때문에 5-60%로 일하는 엄마가 두 명 있다. 그리고 이번주는 Baden-Württemberg주의 모든 학교가 방학이라 그 둘 모두 휴가.  80%로 일하는 아빠가 있어 물어보았다. 자기 부인은 집에서 일 해서 스케줄 조정이 자유로운 편인데, 미팅이 있어나 하면 자기가 시간을 내야한다고. 애가 아플 때 자기는 이렇게 했었다고 친절하게 얘기 해 줬지만, 자기도 딱 한 번 써봤다고 얘기하며 어색한 표정을 보였다. 잘 모르는 부분이라 민망해서 그랬던걸까.


비서아줌마 한테도 얘기하고나니 내일 일 하러 오지 않는걸 모두에게 확인받은 느낌이었다. 그 중 누구도 결재권을 가진 사람은 없었지만. (소아과에서 진찰을 받을 때 아이가 아파 부모가 아이를 돌봐야하면 소견서를 써준다. 이것만 가지고 가면 원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퇴근하기 전, 사수와 팀장이 같이 하는 프로젝트에 어제부터 내가 같이 하기 시작했던거라 오늘 작업 한 걸 사수와 얘기하는데, 사수가 자꾸 물어본다. 그래서 너 내일 안오는거지?

Bebauungsplan (B Plan)



Die Ansiedlung trägt zudem wesentlich zur langfristigen Sicherung und Entwicklung XX als Arbeits- und Wohnstandort bei.

wesentlich 본질적인


Das Plangebiet wird derzeit überwiegend als Ackerland genutzt.

Ackerland 경작지


Der größte Teil der Fläche wird nicht mehr bewirtschaftet und ist der Sukzession überlassen.

Sukzession 성공


Durch den Verzicht auf eine Ausweisung als "klassisches" Industrie- und Gewerbegebiet ist gegenüber der ursprünglichen Planung mit geringeren Emissionen zu rechnen. 

die Ausweisung 건설부지확정


Zur Sicherstellung einer auch in den Baukubaturen verträglichen Nachbarschaft ist eine gestaffelte Höhenentwicklung vorgesehen.

Kubaturen 부피, 용적

Für die Einfamilienhäuser ist die Bildung von eigenen Grundstücken vorgesehen.

ist vorgesehen (vorgesehen) 규정되다


Im WA- und MI-Gebiet sind in der Grundstückszone zwischen rückwärtiger, der Hauptzufahrt abgewandten Baugrenze / und rückwärtiger Grundstücksgrenze Garagen und überdachte Stellplätze (Carports) unzulässig.

zwischen에 und가 여러번 걸려있어 해석이 어려움. 여기선 zwischen + , 가 한 세트.

abgewandt 외면한, 등진


Bei Einzelhäuser ist eine Überschreitung der maximalen Zahl der Wohneinheiten bei Unterbringung aller gemäß Stellplatzverpflichtung erforderlichen Stellplätze in Tiefgaragen bzw. Untergeschossen der Gebäude ausnahmsweise zulässig.

die Überschreitung 월권


Garagen, Carports und Nebenanlagen können auch mit Dächern abweichender Dachneigung oder mit Flachdach ausgeführt werden.

abweichend 불규칙한


Gebäude von mehr als 50m Länge sind städtebaulich angemessen vertikal zu gliedern.

angemessen 적절한


Verhältnis Mehrfamilienhäuser / Einfamilienhäuser

das Verhältnis 관계


Als Richtwert ist von einer zu erzielenden Gesamtwohnfläche von ca. 5.500qm auszugehen.

das Richtwert 표준치

ist auszugehen 공표되다


Es ist pro RH/DHH jeweils eine geschlossenen Garage und ein offener Stellplatz auf dem eigenen Grundstück nachzuweisen.

ist nachzuweisen 지시하다






또르깡 또르르또르똘똥똥. 불규칙한 워낭 소리를 내며 여나흔 마리의 흰 양들이 우리로 돌아간다. 어디서 흐르는지 알 수는 없지만 세찬 계곡 물 소리도 들린다. 하긴 내가 있는 여기와 저기 양이 있는 곳 사이는 지척인 듯 보여도 바로 갈 수 없다. 사이에 깊은 골짜기가 있기 때문이다.

양들 뒷편으로는 곧이어 깎아지른 절벽이 시작된다. 내가 해발 1030미터에 있고, 저 절벽 꼭대기는 3970미터니까, 거의 3키로 가까이 절벽을 올라야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1885년부터 이 절벽을 통해 정상에 도달하기를 시도하다 2010년까지 60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는 지금 아이거 북벽 Nordwand 건너편에 있다.

저 위엔 눈이 있는데 나는 방금 해를 가리기위해 차양을 내렸다. 맨발로 발코니에 나와있지만 기분좋게 시원하다. 가끔 들리는 여기 아래 길을 지나는 버스 소리에 쾌감을 느낀다. 비현실적인 자연 안에서 매우 열심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갑자기 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숙소는 그린델발트에서 차로 7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그린델발트는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길목이고, 5년 전 우리는 융프라우요흐를 갔다왔다. 고로 무엇을 봐야한다는 부담감 하나 없이 여기 앉아 눈만 뜨고 있을 수 있는것이다. 산 중턱이라고해도 엄청 높을게 틀림없는 곳에 덩그러니, 하지만 유유히 앉아있는 저기 집 한 채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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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일 유학중에 임신을 했고, 부른 채로 수업을 들었고, 학기 막바지에 출산을 했다. 출산 후엔 교수님 미팅하러 유모차를 끌고 학교에 갔고, 아이가 학교 복도를 기어다니는 옆에서 졸업논문 발표를 했다. 모든게 계획하지 않은 것이었으나, 사실은 계획 거였다. 나는 아이와 나의 나이차가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고, 때가 괜찮은 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닥칠 일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없었을 .

식상하지만 사실이라 말하지 않고는 넘어갈 없는게, 많은 도움들이 있었기에 헤쳐나올 있었다. 가장 도움은 남편이었다. 물론 육아는 남편이 도와줘야 하는 아니라 같이해야 하는 거고, 내가 졸업할 있게 말이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독일에서 친정엄마나 시어머니 도움 없이 출산을 , 남편은 달의 육아휴직Elternzeit 냈다. 한국보다야 복지가 좋은 독일이지만, 그래도 남자가 육아휴직을 길게 내는건 그리 보편적이지는 않다. 특히 건축 설계분야에서는, 그리고 소규모 아뜰리에에서는 더더욱.

남편의 육아휴직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했고, 나는 졸업설계를 다시 시작했다. 사실 임신했던 학기에 시작했으나 중간에 포기했었다.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호르몬에 대항해 이기지 못했고,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있던 날이면 아이에게 미안함이 든다는 그럴듯한 핑계도 있었다. 다시 시작한 졸업설계의 목표는 만족할 결과가 아니라 졸업이었다. 학부 처럼 일을 새서 작업해놓고 발표 직전에 누구 들으라고 하는 투정이 아니라, 순도 100% 진심으로.

아이가 다행히 순했(과거형...)기에, 낮잠자는 때나 혼자 누워서 틈틈히, 그리고 남편이 퇴근한 저녁과 주말에 작업을 했다.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겠지만, 학기 중반쯤 모든 것에 허덕이며 지내던 중에 남편이 달콤한 얘기를 했다. 졸업 까지 금요일을 쉬겠다는거였다. 독일은 한국보다 휴가가 많다. 때가 졸업발표가 남은 시점이었던가, 수로 따지면 충분히 가능했다. 어차피 여름 휴가를 내도 어디로 놀러 가지도 못하는데. 하지만 건축설계분야는 또한 다른 독일 회사들에 비해 짜다. 소규모 아뜰리에에서는 더더욱.

남편은 마감 직전 일주일 휴가도 내서 힘을 모아주고 장렬히 회사로 복귀하셨다. 그로부터 한국으로 휴가를 가기 까지는 아이의 이유식과 나의 끼니도 담당하셨다. 한국에 가서 나는 처음으로 34 자유부인이 되었다. 그것도 아예 다른 땅으로 떠날 있는 자유를 가진 부인이자 엄마. 자유를 남편은 참으로 쿨하게 동의 주었다.

어제 남편은 12 회사 워크샵을 다녀왔다. 남편이나 다른 가족 없이 아이와 둘이서만 보내는 밤은 처음이었다. 친구랑 어디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회사 워크샵이라는데, 나는 쿨하게 보내주지 못했다. 당연하지. 이틀에 주말도 하루 있으니. , 남편은 짐도 안싸고 나와 아이가 먹을 파스타를 만들고 국을 끓였다. 남편이 집을 떠나기 전까지, 아이는 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불확실함이 주는 두려움이 컸던거다. 그동안 육아의 힘듦이 1이었다면, 남편이 없으니 2 같았는데, 체감상 1.4 정도 였다. 아이는 미열이 있었지만 놀고 먹고 쌌다. 그리고 나는 나에대한 기대치를 줄였다. 밥은 있는거 먹이고, 힘들다 싶으면 애쓰지 않고 유투브 베이비시터님을 모셔왔다. 밖에서 시간을 보낼곳도 재미나 교육을 따지지 않고, 닿는대로, 아이 하는대로 내버려뒀다. 쓰고나서 보니 완전 남편 육아방식이다.

이제 육아의 두려움은 남편에게로 옮겨갔다. 남편 , 이제 육아의 책임이 자기에게 넘어온다고 막판에 버릇 나쁘게 들이지 말란다. 하루 그렇게 한건데, 잔소리를 한다. 역지사지다. 있음 본격 역할 바꾸기가 다가오는데, 나는 남편의 성취를 위해 나의 시간과 체력을 그렇게 떼어줄 수가 없을 같다. 퇴근 진심이 가득 담긴 위로 혹은 용기의 말을 충분히 전하는거, 그건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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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아이가 깼다. 한 달에 한 번쯤 그런 날이 있다. 자주 있는건 아니지만, 낮에 너무 피곤했어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가보다 하며 한 시간 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잠드는 그런 밤. 최근엔 장난감 부엌을 들여왔을 때 한번 그랬고, 어제밤도 그랬다. 어제는 어린이집 하원길에 아이 친구이자 나의 친구를 만나 새로운 곳에서 두 시간 쯤 놀다가 집에 들어왔다. 씻지도 않고 자겠다는 아이를 유투브로 겨우 꾀어 샤워를 시키니 저녁도 안 먹고 바로 잠들었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저녁을 즐기는구나 했는데, 조삼모사였네.


아이가 옆에서 찡찡과 조잘조잘을 반복하기에 나는 아침이 됐나 했다. 커튼을 열려고 보니 밖은 아직도 깜깜. 새벽 세시 십오분이다. 침대에 우뚝 서 문을 가리키는 아이를 안고 거실로 나왔다. 안고 왔다갔다 하니 어깨에 머리를 댄다. 손에 들고있던 쪽쪽이도, 입에 물고있던 쪽쪽이도 종종 떨어트린다. 자는줄만 알았는데, 침대에 눕히니 다시 엄마도 부르고 아빠도 부르고 할 줄 아는 단어는 다 한 번씩 말한다.


아이도 나도 깜빡 잠이 들었다 깼다를 한 시간쯤 했을까. 냄새가 난다. 응아 냄새다. 아까 깼을 때 기저귀를 갈아줬는데 만져보니 벌써 묵직하다. 기저귀 갈아줄까? 물어보니 갈지 말란다. 아이가 잠이 들면 갈아야지 하고 기다리고있는데 부르릉 소리가 난다. 엉덩이를 한 껏 치켜든 채로 2차도 성공하셨다. 이제는 기저귀 갈아도 된단다. 자는 남편을 깨워 침대 위에서 조심히 기저귀를 간다. 왕건이다. 사이즈 6인 기저귀를 가득 채웠다. 낮에 하시는 응아를 모두 합한 것 같다. 변의가 있어 한 새벽에 잠에서 깨다니. 역시 아빠딸이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는 소화력이 좋기로 유명하다. 신생아를 막 벗어난 때부터 19개월이 된 지금까지 하루에 세 번 큰 일을 보신다. 일주일에 세 번이 아니라 하루에 세 번. 육아설명서들을 읽어보면 일주일정도 변을 보지 않는 아이도 있는지 걱정 말라고 쓰여있던데, 아이는 지금까지 한 번인가 이틀 정도 안 본 적은 있다. 소아과에 가서도 하루에 세 번 한다고 하니, 의사선생님은 '일주일을 하루라고 잘 못 얘기한거겠지' 하는 눈치였다. 아 예예. 추가로 새 기저귀에 응아하는걸 더 선호하신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기저귀 다 갈고 난 후 우리 딸은 한 번 더 갈아준다고.


번거롭긴 하지만, 육아에서 똥기저귀 치우는건 사실 발톱의 때 만큼 번거롭다. 잘 먹고 잘 싸줘서 고마울 뿐이다. 아침에 아빠를 찾길래 화장실에 있다고 하니 자기도 응아하는 자세를 취한다. 때 맞춰 방귀도 부르릉 나온다. 방귀가 나왔다고 입으로 부르릉 소리도 낸다. 오늘도 새로운 개인기만큼 더 자라는구나. 고마워, 사랑해.

Schlossplatz Stuttgart


어린이집 방학이란, 삼시세끼 밥 차려드리고 간식제공에 프로그램 진행까지 물 흐르듯 흘러가야 한다는 뜻이다.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기 전에 일단 씻고, 식기세척기 정리하고, 아침 먹은 그릇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려야한다. 아니면 10키로 아이를 한 팔로 안고, 남은 다른쪽 팔로 이걸 해야하니까. 낮잠 주무실 때 간식과 저녁준비를 하면서 작게 팟캐스트 틀어놓을 자유 정도는 있다.

일이 이렇게 예상 가능한 대로 흘러가주면 좋으련만. 캠핑 가서 하루 종일 뛰어놀고 늦게 자도 여섯시반에는 일어나는 아이가, 아프던 날은 일곱시 반에 일어났다. 늦잠 선물을 받은 나는 여유롭게 샤워하고 아침을 차렸으나, 그만큼 아침 시간이 줄어 남편 출근 후 아이를 안고 아침 집안일을 해야했다. 늦게 일어난 만큼 늦게 주무셨는데, 그 날 따라 남편이 회사일 때문에 밤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하루 꼬박 혼자 놀아준 날도 있었다.


그 외 계획하지 않았던 것들.


1. 아이의 열감기

Dreitagefieber를 앓았다. 덕분에 수영장을 한 번 더 갈 계획이었으나 집 근처에서 비교적 정적인 시간을 한 이틀 보냈다. 아이가 가는 소아과도 여름휴가여서 대리Vertretung 소아과에 방문했다. 열이 38도에서 39도를 왔다갔다 했지만 해열제를 주지 않아도 잘 먹고 잘 놀았다. 이럴 경우 독일에서는 보통 병원에 가지 않는다. 나도 이틀은 그냥 집에 있다가 3일 째 되는 날 예약을 잡아 갔는데 별 문제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독일 소아과는 총 네 곳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는 소아과의 시설이 가장 별로다. 모든 소아과 대기실에는 장난감이 있다. 이번에 간 병원은 장난감도 많고 공간도 넓어서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진료 끝나고도 한참을 더 놀았는데 당최 집에 갈 생각이 없으셨음.


2. 지인들 만나기 Karls Kitchen in Breuninger

아이를 데리고 지인을 만나는건 복불복이다. 일단 약속 시간에 아이 컨디션이 보장되지 않는게 가장 난감하다. 평균적으로 괜찮은 시간으로 약속을 잡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 낮잠을 짧게 자서 기분이 안좋거나, 혹은 아직도 잔다거나, 밥을 천천히 먹는다거나, 옷을 안 입는다거나, 비가 와서 준비를 더 해야한다거나, 나갈 준비는 다 됐는데 핸드폰이 안보인다거나. 약속시간을 맞추기엔 너무나도 많은 변수들이 있다.

이 모든걸 극복하고 약속장소에 도착했으면, 이제 또 시작이다. 요즘은 재접근기라는 18개월을 정공법으로 통과중이라 전에 없던 엄마껌딱지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있어 자주 찾는데, 이번만큼 혼자 가서 놀지 않은 적은 없었다. 덕분에 시간내서 나온 지인들과의 대화는 끊기기 일쑤.

아이 메뉴가 나이 당 50센트인건 더 없는 장점이지만 11시반부터 주문 가능하다.


3. 공원 꼬마기차 Killesberg Bahn

주말에 종종 가는 공원이다. 정원도 예쁘게 가꿔두고, 분수에, 놀이터에, 심지어 작은 동물원도 있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기차가 있는데 1인당 3유로인가. 괜히 비싼것 같아 그동안은 타지 않았다. 방학 이벤트로 한 번 타볼까 계획했었는데, 이 공원으로 가는 지하철 길이 공사중이라 포기. 버스로 갈아타고 갈 수는 있다.


4. 타이 마사지 Jasmin 2 Day Spa

예전에 독일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남편 생일선물로 이 곳 마사지 쿠폰을 줬었다. 한 시간 당 50유로 정도. 방학 첫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을 제대로 쉬어야 다음주도 견딜 수 있다는 논리로 남편의 동의를 얻어 마사지를 받았다. 별 네개, 추천. 회원권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있어도 못 끊겠지만, 그래도 끊고싶다.


5. 베이비 인형

어린이집에는 자기 인형을 들고 등하원 하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 딸은 토끼 인형을 가지고 다닌다. 이유야 각자 다르겠지만, 우리 딸은 하원할 때 마다 어린이집 모래놀이 장난감을 안 놓으려고 해서 그 대용으로 사용한다. 한 아이는 베이비인형을 가지고 다니는가보다. 신발을 갈아신을 때 보면 아이 옆자리에 항상 걔가 있다. 아이는 베이비 베이비 하면서 만지려고 하고.

방학을 잘 보내보기 위한 일환으로 새로운 장난감을 사기로 하고, 베이비 인형을 골랐다. 마음먹고 꽤 값을 줬지만, 썩 잘 가지고 놀지는 않는다. 그래도 다리에 들러붙을 때 관심 돌리기 용으로는 아직은 쏠쏠하다.



Wilhelma Zoologisch-Botanischer Garten Stuttgart


한국의 여름 장마같은 아이 어린이집 방학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내일과 모레, 주말은 남편이 아이를 거의 도맡다시피 하니 이제 남은 여섯시간정도만 버티면 된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8월 말 2주동안 여름방학이었다. 그 외에 부활절 한 주, 성령강림절(Pfingsten) 한 주, 그리고 크리스마스 한 주 방학이 있다. 보통은 어린이집 여름방학에 맞춰 부모들도 휴가를 낸다고 한다. 우리는 올 해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 어떻게 할 지 잘 모르기도 했고, 추석 연휴에 시부모님이 방문하시기로 계획이 되어있어 아이 방학에 꼼짝없이 집에서 있기로 했다. 그 2주가 진즉부터 두려웠던 나는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아이와 함께 할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걸 했다.


1. 캠핑

방학이 시작하던 주말에 시간이 맞는 지인들과 함께 월요일 휴가를 내고 2박3일 캠핑을 떠났다. 예상치 못한 모기의 습격(남편 총 70방, 나 50방, 아이 빵방)과 아이의 식사시간 패턴의 일정함(저녁 그릴을 준비했는데 아이는 원래 다섯시에 먹던 습관을 그대로 유지해, 과자로 저녁을 때우고 정작 고기가 나왔을 땐 발로 그릇을 차버림), 같이 간 가족의 아이의 배탈 등, 방학 시작부터 스펙타클.


2. 빌헬마 동물원

여기는 2주동안 두 번 갔다. 아이가 한창 말이 늘고 있어서 동물들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는데 매우 심하게 좋아했다. 낙타는 보고 낙타인 줄 알고 의외로 염소를 보고 말이라고. 스케일의 부재로 인한 오류. 이제는 소와 염소 울음소리도 다르게 낼 줄 안다. 점심도 동물원 내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먹이고 돌아오는길에 유모차에서 잠들고 집에 도착해서 바로 깸. 돗자리 가지고 갔으면 잔디밭에 눕혀 낮잠자는 동안 나는 좀 쉴 수 있었는데. 까비.


3. Leo-Vetter-Bad 수영장

집 근처의 수영장이 내부 리모델링으로 휴관이어서 30분 우반을 타고 옆동네 수영장에 처음 갔다. 수요일은 Warmbadetag이라 물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 일부러 수요일에 계획했다. 날이 점점 선선해 지고 있었지만, 그 날은 마침 후덥지근했다. 실내수영장 뿐 아니라 야외 잔디밭과 놀이터도 있어서 물놀이와 모래놀이가 동시에 가능. 지역신문에 아이들이 놀기 좋은 수영장으로 여러번 랭킹됐다고 한다.


4. 시립도서관 Stuttgart Stadtbibliothek

한국 건축가가 설계 한 건물. 도서관 외벽에는 한글로 '도서관'이라고도 쓰여있다. 이 지역이 재개발구역이라 내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도서관만 덩그라니 서 있었다. 지금은 백화점, 음식점, 오피스건물들과 잘 어우러져있다.

2층은 모두 아이들 층으로 아이들이 다양한 높이에서 책을 꺼내, 앉아서도 누워서도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딸 아이는 다른 언니오빠들 따라 뛰어다니면서 즐겁게 놀다가만 왔지만. 아, 여기 책 반납시스템도 재미있는데 아이 역시 유리문 너머로 한참을 올려다봤다. 데스크에서 열쇠를 받아 같은 층 기저귀 가는 곳도 사용할 수 있다.


5. 자연사 박물관 Naturkundemuseum am Löwentor

여기는 항상 춥다. 에어콘이 여기보다 빵빵한 공공시설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그 덕분인지 다녀온 날 오후부터 아이는 열이 나기 시작함. 공룡 있고, 고대 물고기들 있고, 아무튼 아이에게 아직은 어려운 세계들이었는데 소리 내면서 뛰어다니는게 즐거워보였다.


6. 슈투트가르트 시립박물관 Wilhelmspalais

역사적, 건축적으로 의미있는 옛날 건물을 최근 리모델링 해 시립박물관으로 개장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매우 유명하고 독일내에서도 아마 꽤 유명 할 Lederer Ragnarsdóttir Oei에서 작업했다. 그 옆 주립도서관도 이 회사에서 증축공사 하는 중.

맨 윗층을 제외하고는 입장료 무료. 재미있는 방법으로 전시한 부분도 있고, 개인적으로 사는 곳의 역사에 흥미가 있어 재미있게 봤다. 물론 아이가 없을 때. 지하는 아이들을 위한 층이다. 슈투트가르트에서 가장 큰 공사인 Stutttgart21을 테마로 한 듯한 공사현장 놀이공간이 주. 쌓으라고 놓아둔 블럭들을 밀면서 놀았다.


이북 리더기가 고장이났다. 단체 채팅방에서 친구들에게 이미 열불을 토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21세기라는 말도 촌스러워진 2018년도에 배터리가 부풀어서 못 쓰는 이북이라니. 이 이북은, 조금 부풀려 얘기하자면, 자기 값 만큼의 국제배송비와 관세를 물며 바다를 건너 온 애다. 그래도 일년 반 동안 나에게 그 값어치를 해 주었다.


그런데 고장이나 한동안은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아이폰은 왠지 책 읽는 맛이 안나고, 가지고 있는 종이책은 당장 읽고 싶은게 없고. 이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는 컴퓨터로 읽은 나의 첫 이북이다. 예스24의 독자리뷰에 마음이 이렇게 동한적이 없는데, 이 책을 절대 사지 말라는, 어찌보면 상투적인 리뷰를 보고 구입을 누르며 생각했다. “독자들 리뷰 수준이 이정도면 믿을만 해.”



“‘나를 드러내는 것’은 좋은 에세이를 쓰기 위한 첫 번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단 어디까지 나를 드러내는가는 스스로 정할 수 있으니 너무 거부감 갖지 마시길.”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결과물을 누군가에게 보이기 꺼려지는 것은 내가 즐겁게 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느꼈던 애매함들, 뭐가 좋을지 생각해보자 했던 것들이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명돼있다. 이 간결함이 이 책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독자는 한참을 더 읽을 태세를 갖추고 있는데 벌써 마무리라니!



"어떤 감정을 느꼈거나 기억에 남았던 것들에 주목하세요. 어떤 지점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면 거기에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내 감정들을, 내 순간들을 더 소중히 보는 눈을 가지라고 무심하게 응원해주고,



“지금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는 것. 이것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 보다 늘 좋은 방법입니다.”


쓰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우리 엄마도 성공하지 못했던걸 하게 하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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